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대형마트 의무휴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48

오랜만에 고마움으로


BY 새로미 2017-02-13

 

봄이 오고 있다.

입춘도 지났고 대보름도 지났으니 이제 땅도 풀리겠지.

냇가 옆 산책길에서 보면 개울의 얼음이 거의 녹고 있었다.

내 마음에도 봄이 올 날을 기다리며 산 지 오년이 되어간다.

빠르다 빠르다 세월처럼 빠른 게 있을까.

벌써 그렇게 되었다.

 

정초에 스스로에게 과제를 주었다.

육십갑자를 살았으니 올해부터는 새롭게 태어나자고.

첫 번째 한 것이 산문집을 책으로 내는 거였다.

오래 전부터 써 온 에세이만도 육백여 편이 되니,

그걸 다듬어서 내놓아보자고 생각했다.

글다운 글을 골라내자니 별로 없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걸음을 떼어보자 생각했다.

엊그제 드디어 그 가운데 60편을 골라 탈고했다.

대부분 여기 아컴 에세이방에 올린 글들이다.

 

힘들고 고단할 때 에세이방 식구들이 내 글을 읽어주었다.

그분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할 수는 없으나 고마운 마음 크다.

이런 공간을 마련해주신 황인영 대표님께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찾아와 이렇게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최소한의 마음이라도 표해야 될 것 같았다.

 

아줌마닷컴은 내가 가장 힘들 때 나와 함께 해주었다.

어디서보다도 위안을 얻는 공간이었고,

소통함으로써 마음이 평안해지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숨을 쉴 수 있었고 함께 공감함으로써 살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동안 이곳을 찾지 못했다.

이유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 때문이었다.

힘들고 힘들었으며 날마다 힘들었다.

지금도 물론 마음이 힘들다.

그러나 내 앞에 주어진 삶을 또 살아내야 하는 게 숙명이니까

힘들어도 아파도 살아야 한다.

이제 좀 나아지긴 했다.

 

글을 다듬으며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그런 날들을 경험한 것이 힘이 되었다.

결국 해결방법은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더 힘을 내기로 했다.

지난날의 경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들어와도 친정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무슨 이야기든 풀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17년 동안 글을 올리며 삶의 문제들을 묻고 고민했다.

그날들이 내 글쓰기를 숙련시켜 주었고,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지혜를 제공해주었다.

고마운 아줌마닷컴이다.

 

엊그제 와서 여기 올린 글을 모두 내렸다.

아쉽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글을 퇴고하다보니 미완의 상태인 글을 그냥 두기가 민망했다.

물론 다시 고쳤다고 해서 훨씬 더 나은 것은 못되지만.

여기 올렸던 글들은 시간되는 대로 다듬어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이제 첫 작품집이 나와 문을 열었으니 다음은 더 쉬우리라.

 

여기에 그리운 사이버작가들이 많다.

모든 분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따뜻했던 마음이 그립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