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제일 친한 과일중에 하나가 수박이다.
둥근 박처럼 생긴 초록바탕에 검은 줄의 싱싱한 꼭지까지 갖추어져 있다면 십중팔구 싱싱한 수박이라고 칭하는데
가끔은 어긋날 때가 있다.
얼마전에 시골에 사시는 큰고모님께서 양파를 한 자루 보내셨다.
싱싱하고 좋은 양파인데 포대자루에서 자기네끼리 싸우느라 몇 개는 상처가 더러 생겼다.
좋고 예쁜 것들을 골라 담고는 동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예쁜 양파 담아 놨으니 시간 될 때 가져가면 좋겠다고..
요즘은 많은 양 보다는 적은 양을 선호한다.
식구가 적고 다른 집보다 먹는 양이 많지 않아서 많으면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래서 많으면 나누어준다.
그런데 나누어주는 것도 일이다.
이웃과 시간을 맞춰야 되고 또 별거 아닌걸 요란스럽게 갖다주는 것도 그렇고,
나의 소심증도 한 몫한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냉장고에 수박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베란다를 보니 양파가 없어졌다.
동서가 수박을 사와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양파를 가져 간게다.
더워서 수박 한 쪽을 잘라서 먹으니 달달하고 싱싱하다.
수박을 아주 잘 고른게야.
우리 동서는 살림도 잘하지만 물건도 잘 고른다니까..
빨간 속의 검정씨가 톡톡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기세다.
수박은 삼각형이나 반달모양으로 잘라서 입으로 어그적 물어서 수박즙을 조금 흘러가면서 먹어야 제 맛이지만
언제부턴가 칼로 먹기 편하게 잘라 포크로 콕 찍어 먹는게 습관이 되었다.
어느새 간단하게 편하게 이쁘게 먹고자하는게 자리잡았다.
수박이 커서 반통을 앞 집에 주려다가 그것도 좀 쑥스럽고
그냥 잘라서 먹고, 사각통에 담아 수시로 먹고, 수박화재, 수박쥬스를 해먹기로 했다.
여느집은 수박 한 통이면 하루나 이틀이면 깨끗하게 처리가 된다는데 우리집은 일주일이나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어서
요즘은 수박을 반 통만 사게 된다.
뭐든지 그때그때 맛있게 먹자는 주의니까.
이나저나 복숭아, 자두가 냉장고에 있는데도 수박이 없으니 허전하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 수박.. 망고 수박, 복수박 종류가 많아도 난 빨간 수박이 최고다.
오늘은 수박데이~
마트에 가서 수박 반 통만 안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