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흘러내리는 땀과의 전쟁은 나의 생활의 한부분이 되었다.
날씨가 시원해서 기분은 상쾌한데 갑자기 흐르는 땀때문에 손수건은 나의 백 속에서, 나의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집에선 긴머리를 밴드로 질끈묶어 그나마 시원하게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외출 할 때는 그래도 우아하게 보이고 싶어 긴머리로 다니니 더더욱 더울 수 밖에없다.
아는언니는 내가 땀도 많이나서 잠을 잘 못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부인과에 함께 가주겠다고 날을 잡으란다.
언니는 호르몬제를 복용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땀도 줄어들고, 잠도 잘 잔다며 다행이 부작용은 없단다.
그래도 개인차가 있으니 우선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을 하자고 하는데 사실 조금 참고 기다려보고싶다.
며칠 전 부터 머리를 짧으면 덜 더울까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에게 "짧게, 귀 바로 밑으로 컷하고 파마해주세요?'하고 주문을 하니 재차 되묻는다.
한치의 흐트림도 없이 또박또박 말을 해주니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더니
이내 가위소리를 경쾌하게 내며 컷을 시작한다.
우수수 가을낙엽처럼 힘없이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그것 자체만으로 시원함을 느끼는 나!
짦은머리에 열펌으로 변신한 나에게 스스로 '오드리 햅번 닮았다!' 라고 과한 칭찬을 하는 나를 보며
피식거리며 웃는다.
역시 나이를 드니 모든게 과해지나 보다..ㅎㅎ
보조디자이너의 칭찬을 들으며-나의 목소리가 영~하고 성우같단다.-
미용실에 오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표를 찍어주고 미용실을 나왔는데...
오늘, 성당에 가면서 오래간만에 온 아들과 외식을 하자고 남편에게 장소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아들이 피곤해서인지 잠에서 못 깨어난다는 남편의 문자를 받고 그냥 엄마표 요리나 해주자는 마음으로
질좋은 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엘 갔다.
거기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언니와 오늘 성당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자매님을 다시 만나니 신기할 수 밖에..
인사를 다시 나누는데 눈썰미 백단인 언니가
"루시아 파마했네?"
"녜~그저께해서 좀 뽀글거리죠?" 햇더니
"아이다. 어디서 그렇게 깜찍하고 귀엽게 했노?" 이러시길래 진짜로 칭찬하는 줄 알고
"난 아직 어색해요. 자리를 좀 잡으려면 시간이 지나야 될텐데.." 하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렇긴 하다. 네 표정과 말투가 귀엽지 머리는 쪼매 뽀글거리고 어색하다" ㅠㅠ
"언니!!" 하면서 눈을 흘겼더니 언니는 재미나다는 표정으로 웃어재킨다.
평소에도 사투리를 써가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언니덕분에 또한번 웃었다.
여자의 마음은 늘 갈대와 같다.
머리를 자르면 기르고 싶고,
또 기르면 자르고 싶고, 생머리를 하면 파마를 하고싶고 그러다가 또....
이러면서 변신을 하는거지. 언제 또 해보겠어요?ㅎ
연이틀 장마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제법 상쾌한 바람이 불어 내머리도 더불어 상쾌하게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