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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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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초상


BY 그대향기 2016-06-19

우리 동네는 시골이다보니 마을 주민들이 거의 70~80대다.

우리가 이사온지도 23년째.

기저귀 널린 모습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고 초상만 드문드문.

그러다가 올해는 우리 마을에서만 한달 사이 두번의 초상이 났다.

그리고 대기자 또 한명 간암말기 아저씨.

병원에서도 안된다고 했는지 어제 퇴원해서 집에 오셨다.

오늘 장례를 치른 아저씨는 82세 아저씬데 바로 우리 뒷집아저씨다.

그저께 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바로 돌아가셨다.

며칠 전부터 좀 어지럽다고는 했지만 큰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시다니...

며칠 전에 돌아가신 마을 아저씨도 한 열흘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다.

나이는 좀 아쉬운 70대 후반.

100세 시대라보면 조금은 아쉬운 나이다.

안 그래도 혼자된 할머니들이 많은데 두명 더 늘어났다.

조만간 한명 더 추가될 전망이고.

참 허망하다.

오늘 장례식 치룬 아저씨는 그저께 돌아가실 때도

자전거를 타고 우리집 앞으로 지나가셨는데...

너무 간단하게 운명을 달리 하셨다니 잠시 믿기지가 않았다.

사람이 그렇게 빨리 쉽게 죽을수도 있구나.

오래 아프지도 않고 가는 본인이나 남는 가족들한테

고통도 경제적인 부담도 주지 않고 깔끔하게 죽어지다니.

평소에 선한 일을 많이 하셨나?

말수도 없고 동네에서 다툼도 없었던 분이라 그런가?

좁은 시골이라 누구네집에 숟가락이 몇갠지 거의 다 알 지경이다.

둘레둘레 집안어른들도 많고 사촌에 친형제지간도 더러 있다.

우리가 이사 오고 꽤 많은 동네분들이 돌아가셨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인가?

자연의 질서라고는 하지만 죽음은 늘 낯설기만하다.

그리고 슬프다.

머지 않은 날에 우리세대도 그 반열에 오르겠지.

절대 늙지 않을 것 같고 절대 안 죽을 것 같지만

절대 피해갈 수도 없는 길이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두려움없는 감사한 마음을 기르고 싶다.

어렵겠지만 아주아주 어렵겠지만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지고 느껴진 순간부터

숨이 딱 멈추어지는 그 순간까지가

정말이지 크게 아프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바란다.

남은 가족들에게 특히 아이들한테 추한 모습을 남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