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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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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싫다 말입니다.


BY 마가렛 2016-04-21

이런 내가 싫다 말입니다. 

비가, 봄비가 제법 내린다.

큰나무 아래로 종종 걸어가는 하늘색 우산이 예쁘다.

어젯밤 남편과의 해프닝에 씁쓸한 웃음이 또한번 입 밖으로 나온다.

 

옛 직장동료가 만나는 날을 5월달 평일로 바꾸자는 카톡이 왔다.

무심코 주방의 달력을 넘겨서 날짜를 확인하면서 행사한 메모를 들여다보는 순간

"어쩌나~ 자기야!"

노트북에 열중한 남편은 나의 하이톤 목소리에 놀래서 쳐다보았다.

"우리 제주도 갔다오는 날이 어머님 제사네? 어떡하지? 몇 시 비행기라고 했지?"

"그래? 제주도에서 출발이 2시 반 비행기인데... 서울에 도착하면..."

"어이쿠, 한밤중에 제사 지내게 생겼어. 자기네 다음날 출근하려면 힘들텐데."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남편이 말하기를 삼형제가 아버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간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모처럼 휴가를 줄테니 마음껏 즐기라고 했었는데...

둘째네는 바빠서 시간내기가 힘들고,

막내네는 작년에 바빠서 휴가를 못써서 이참에 가족모두가 함께 가자고 한다.

마음착한 이 형수가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내심 나혼자 즐기고 싶었지만

결국 아버님을 모시고 모두가 함께 가기로 결정을 햇다.

그런데 날짜가 이렇게 되다니...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버님께 어머님 제사날짜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그냥 웃으시기만 하신다.

난 속으로 제주도 가기전에 부침개라도 먼저 해 놓고 냉동시켜놓을까?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동서와 불이나게 장을 봐서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야되나?

머리의 한계를 느끼며 이생각 저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이 "니 어머니 제사는 제주도 갔다오는 다음 주 아이가?" 이러신다.

얼른 아버님 방의 달력을 확인하니 맞다.

큰 숫자에 음력까지 일일이 써 있는 숫자로 확인한 결과 아버님 말씀이 맞다.

"어휴 다행이네요. 전 부침개라도 먼저 해 놔야 되나 고민 했었어요."

껄껄 웃으시는 아버님을 뵙고 나와서

남편에게 톡을 했더니 남편도 다행이라는 눈치다.

 

난 왜이럴까?

언제부터 실수를, 숫자에 대한 실수를 많이한다.

그래도 한 때는 숫자를 주물럭 거리며 내손으로 억소리나는 금액을 종이한장으로 움직인 사람이었는데...

그 숫자들이 이제 나에게 작은 앙갚음을 하는 것은 아닐테고,

나의 긴장이 풀린 탓이다.

긴강이 스트레스가 될 수 도 있지만

요즘 나에겐 긴장이 필요하다.

 

여보세요~

긴강풀지 말고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