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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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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BY 그대향기 2016-02-03

설에 할머니들한테 세배드리러 오는 손님들 ​음식준비로 새벽시장에 가고 있었다.

 "카톡"​~

높고 명랑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렇게  이른 아침에?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 해 봤더니 ​올해 막 6살 4살이 된 외손녀들의 음성녹음이 들어 와 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생일 축하합니다~후~~~"

6살짜리가 지 엄마 휴대전화로 녹음을 누르고

두살 아래 동생한테 생일 축하노래를 시킨거다.

잠에서 막 깨어난 4살짜리 외손녀는 평소에도 목소리가 걸걸한데

잠이 덜 깬 목소리는 막걸리 서너사발은 걸친 아저씨 목소리로 축하노랠 부른다.

케잌도 없는데 촛불까지 끄는 소리도 내느라 분주하고

지 엄마는 뒤늦게 어린 딸들이 하는 행동에 깔깔깔 웃음보가 터진다.

기특하다고 칭찬도 하고.

그렇게 31초의 녹음은 끝이 나 있었다.

많이 컸다 우리 외손녀들.

우리 집 안방에서 갓난쟁이시절을 보냈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밤이 되어 캄캄한 걸 보고 4살박이가 햇님이 집에 가서 불을 꺼버려 어두워진거란다.

생각도 말하는 것도 많이 자랐다.

오늘은 내 생일 내일은 남편 생일이다.

며칠 전 부터 엄마아빠 생일 선물 뭘 해 드릴까 딸이 물었다.

받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선물이면 더 좋겠다고 자꾸 묻는다.

은근히 현금으로 달라고 할 뻔 했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애들이 돈만 많이 쓰고​ 올까 봐.

그럼 알아서 선물 해 드릴테니 원망을 말라고 했는데 무얼 사 들고 올지.

네가 우리한테 해 준 최고의 선물은 예쁜 두 외손녀들을 낳아 준거라고 했다.

요즘은 제법 대화가 되는 두 외손녀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애교도 많고 의사전달이 확실하다.

우리 나이드는 것은 까맣게 잊고 애들 크는 재미만 느끼는 요즘이다.

줘도 줘도 부족한 것 같고

봐도 봐도 ​자꾸 보고싶다.

6일 아들이 내려오면 그 때 촛불을 켜기로 하고

내일도 조용히 보내려고 한다.

남편한테 줄 내 생일선물은 편지와 함께 비상금일봉이다.

구두도 낡긴했지만 평소에 아껴둔 내 비상금을 탈탈 털어서 주고 싶다.

외국에 나가 있는 둘째 생활비에 아들 마지막 학년 생활비에 해외봉사비용까지

줄줄이 목돈이 들어가느라 힘에 부쳐하는 남편이 안스럽다.

올해만 잘 넘어가면 내년부터는 좀 수월할 것 같다.

이럴 때 숨통을 좀 틔워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