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50

커피 믹스


BY 마가렛 2016-01-30

 

커피 믹스

 

              이환천

 

내목따고

속꺼내서

끓는 물에

넣오라고

김부장이

시키드나

 

 

요즈음 SNS에서 뜨는 젊은 작가가 쓴 시라는데

발상이 참 재미있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마셔본 게 여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때는 '다방' 이라는 지금의 '카페' 라는 곳이 있는데 주로

어른들의 전용장소라, 아직 성인이 아닌 우리는 끼어 주지고 않았고

다방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무슨 조치를 취했었다.

어디 다방뿐이랴? 공원에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우리에겐 문화생활이 거의 없었지.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고 학교 매점이나 이용하거나,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영화나

음악회 정도가 전부였나 보다.

친구네 집에 가서 우연히 커피 믹스를 한 잔 마셨는데

그 맛이 어찌 그리 맛있던지?

내가 마셔본 음료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판기 커피랑 친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쉬는 시간에 한 잔, 점심먹고 한 잔,

빈 강의가 있을 때 한 잔, 친구와 만나서 수다 떨 때 한 잔,

커피 가격도 착한 단돈 100.

80년대 다방에서 커피 한 잔이 천 원이 되지 않았다. 

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떨다보면 언제 남학생들이 나타났는지

미팅을 하자고 치근덕거려서 많이도 피곤했지만 솔직히 기분 나쁘진 않았다.

몇 번은 미팅도 해봤고, 만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친정의 엄마, 아버지께서는 커피를 좋아하신다.

원두커피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라며 커피 믹스가 최고란다.

엄마는 프림이 안 좋다는 말씀에 커피와 설탕을 따로 넣고

우유를 넣어 드신다.

시아버님은 친정 부모님 보다 커피를 더 좋아 하신다.

하루데 3잔은 꼭 마셔야한다.

밥 수저를 놓자마자 커피를 타서 드신다.

하루는 남편이 믹스가 좋지않으니 원두커피를 드시라고 넌지시

말씀을 드리니 마지못해 원두커피를 드신다.

하루에 한번은 원두커피 두 번은 믹스​를 마시더니 언제부터

원두커피로 갈아 타셨다.

가끔 시골에 놀러가면 예전엔 사발에 얼음을 띄워서 냉커피를 내 놓곤 했는데

그또한 옛말이고 이젠 예쁜 커피 잔에 커피를 내놓는다.

조금 순하게 마시는 나는 뜨거운 물을 조금 더 부어서 마시지만,​

난 커피도 커피지만 커피잔이 예뻐야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누구는 커피 믹스는 종이컵에 마셔야 제 맛이라는데 글쎄??​

 

세월은 흘러서 커피 믹스의 전성시대도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옛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이렇게 한 잔씩 마시고 있는 우리가 있으니

그리 쉽게 커피 믹스는 없어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