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년간 잘 먹겠습니다.
배추를 애써 골라서 잘 심고 잘 키워서 소금에 잘 절여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종 양념을 준비하고 씻고 담고 잘 버무려서 맛있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여서 만드느라 애쓰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여서 김장을 만들어오는것도 행복입니다만,
나는 사실 내 아내와 딸과 셋이서 딱 먹을 만큼만 만드는게 더 났습니다.
모이면 사회에서 직책이 있는 사람이 모인 자리서 으쓱하게 대접받습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한 사람은 왠지 늙어보이고 힘이 없어 보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은 일을 얻고자 압력을 넣는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이미 십수년간 내가 당해온 설음이 얼만데 설마 나한테 일자리 달라고 하는건 아니겠지만 부답스럽습니다.
이렇게 모이면 누가 좋을까요?
통치자가 좋을까요?
가만히 두어도 저들끼리 알아서 스트레스받고 난리를 치니까 저절로 통치가 되는 걸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그 누가 하나 행복한 사람이 없이 모두가 고통받고 헤어진다고 봅니다
그러나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무리생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모여서 김장을 하는것도
몇년 아닐겁니다
세월이 좀 더 지나.... 나만 김장을 담글때
옛날에 어쨌다며 거짓말보태며 거품물며 추억을 쏟아내겠지요
..........
끝으로
아내가 아직 직장생활을 해서 행복합니다.
언젠간 아내도 퇴직하고 나면 왠지 늙어보이고 힘없어 보이겠지만
그 날 까지 고생하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오늘도 지금이 중요함을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