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심드렁했어요
가을은 깊어가다 못해 초겨울 추위가 살을 에이고
이나이에 엄살을 떠는건 아니지만 옆구리가 시려서 그런지 몰라도
그 누군가를 사랑도 해보고싶고..
이 무슨 해괴망측인지 모르겠네요.
암튼 사랑이 그리웁고 마음이 아려오고 해서 누렇게 바래버린
'메디슨카운티의다리'를 다시 읽어보다 눈물이 질금거리고
아~!!
나도 이런 사랑한번 해보면 좋겠다
야무진 꿈도 꾸어보면서 ....
나중에 이책의 주인공을 소재로 글 한번 써보리라 마음을 다지고.. 이렇게 요즘을 보내고 있었어요.
일주전에 아랫층동생이 이사를 갔습니다.
살다보면 이사 가고오고가 빈번한데 지금까지 마음이 섭하고 허전한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 이웃동생에게서 사람의 향기에 흠뻑 취해 있었나봐요
올여름 뭘해 먹는게 귀찮고 미각도 떨어져 힘들어 할때
예쁜 쟁반에다 콩나물무침과 미역줄기볶음과 동태찌개를 얌전히 담아서
문앞에서 "언니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이 언니가 죽고 싶다더니 진짜 죽었나 ?
겁이 덜컥 나더래요.
나중에는 발로 쾅쾅 문을 찼데요.
그때서야 누가 문을 차는거얌 교양없이 ~ 살째기 문을 열어 보았어요.
근데요 ~ 짜잔 그녀의 뒤에서
천사가 날개를 달고 서있는 모습으로 쟁반을 들고 서있네요.
그날 저녁 저는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눈물나게 아구아구 먹었더랬어요.
음식의 소중함과 이웃의 사랑과 영육 (영혼과육체)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알아주는
아랫층동생 (제글속에 몇번 어필했어요)
이후 엄청나게 친해졌죠.
그녀는...........
당뇨를 심하게 앓고있고 나를 병원으로 가서 몸을 점검하게 했으며
산속공기의 고마움을 알게 해주었고 그래서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게 해주었으며 가끔 맛있는
음식도 해서 나누어 먹고 그리고 깔깔거리고... 방글방글 잘 웃으며 나의얘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알고 그렇다고 듣는것만 아니라 적시적때에 치고 들어와 자기얘기도
늘어놓고 그렇게 우리는 틈만나면 그리운 사이가 되었어요. 바쁜 직장생활속에서도
자신을 다스릴줄 아는 영특한 친구라고 어느글에 표현을 하였지요.
말하자면 코드가 잘 맞는 친구 같은 동생 이었어요.
"언니, 나 이사 간다 ~" 그말을 듣는 순간 한참을 멍해
머리뒤를 솜북으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왜에 ~"
대구에 있는 아들이 울산에 직장이 되면서 집이 좁아 좀 더 넓고
운동을 할수 있는곳으로... 그래 잘되었구나.
하면서도 못내 섭섭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어요.
어제 (11.30) 마지막 자잔한 짐들을 정리하러 남편과 왔더라구요.
그리 멀리 가진 않지만 너무 서운 하더라구요. 아랫층어르신도 나오셔서 못내 서운하신지
아무말도 못하시고 그냥 쳐다만 보시고 (딸 시집 보내시는 느낌. )나에게만 잘 한것이 아니라
어르신께도 엄마같이 잘 했나보아요.
난 괜시리 너스레를 떨며
"집 정리 되거들랑 꼭 만나자. 태화강변에서 운동도 하고... 알았지 ? 꼬옥 ~ "
"언니, 몸 잘 챙겨. 알았지 ? "
끝까지 걱정하여 주는 아랫층동생에게서 완숙된 사람의 냄새를 맡을수 있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반찬 몇가지로 겨우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하지만
겨우 그런걸로 닫혔던
마음이 열리기도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살면서 고작 그런 것 때문에 마음에 틈이 생기고, 돌아서고, 마음이
딱딱하게 굳기도 하지요.
내 마음이 다쳤을때를 때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맛깔스런 반찬 몇가지에 닫혔던 나의 마음이 열렸던 것처럼......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 산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