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끝자락이다.
희노애락 세월의 바람에 푸석거리는 마른 잎들이
속절없이 바닥을 뒹군다.
내 삶도 환절기를 맞은 듯,
육신도 영혼도 허허롭다.
거울 앞에 섰다.
검불 같은 머리칼, 자욱한 안개처럼 흐려진 시야
버즘이 필 것 같은 드라이한 피부,
미친듯 달렸으나 고스란히 흔적으로만 남은 얼굴..
아무개 마누라, 애들 엄마, 한 집안 며느리로 살아내는 동안
어느새 훌쩍 들어버린 나이.
넌 누구?
거울 속의 내가 남처럼 낯설다.
갱년기라는 무기를 들고 마구 휘둘러대는
인생의 가을을 앓고 있는 낙엽 같은 여자가 망연히 들여다본다.
요즘 자주 혼자 시간을 보낸다.
혼자 먹는 끼니.
혼자 마시는 커피.
혼자 빠져드는 생각의 깊은 바다..
더 늙어 진정 혼자가 되었을 땐
아련한 세월,
힘든 시절의 잿빛 기억을 아무 페이지나 들춰도
나름 잘 살아냈노라고, 자랑스러웠노라고
그래도 아름다웠노라고 잔잔한 미소로 떠올릴 수 있으려나?
내가 울 엄마를 떠올릴 때,
든든한 밑천 같고, 시린 가슴 따숩게 뎁혀지는 것 처럼..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사람 이었으면 좋으련만..
지켜보는 식구들도 힘들걸 알면서도
별것 아닌 것에 서운하고, 작은 것에도 서럽고
넌 뭐니?
너만 아프고 힘든 것 처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7:3)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