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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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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스피치


BY 마가렛 2015-11-18

3분 스피치 

 

유유자적하게 걸었다. 또 걸었다.

어디를 쳐다봐도 눈이 호강이다.

아쉬운11월이 지나가고있다.

바닥에 수놓은 은행잎 색깔이 다양하다.

노란색, 노랑초록색, 갈색, 점박이노란색....

각기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걷다가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몇 장을 넘기는데 낙엽하나 날라와 책갈피에 앉는다.

가을의 선물이다.

 

한참만에 고개를 돌리고 책을 덮었다.

가을 바람이 나의 콧끝을 찡하게 울린다.

모르는 여성이 다가와 웃는다.

잠시 방어의 자세로 쳐다본다.

웃으면서 말하는 여성의 치아가 참 고르다.

"혹시 잠깐 시간좀 내어 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3분 스피치를 하려고 하는데 영 떨려서...

부탁 드릴께요."

방어의 자세를 거두고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심리학을 공부한단다.

몇 년간 사람들을 만나기 않아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선배가 심리학 상담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면

어떡하냐며 3분 스피치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서

몇 주 전부터 낯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고 스피치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궁금해하며 묻는 나에게 그녀는

요즘 사람들이 워낙 바쁘게 살고,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단다.

나에게 남자를 처음 볼 때 어떤 걸 보냐고 묻는다.

"글쎄요.. 일단 스타일을 보는데요"

"그래요? 보통은 남자를 볼 때 얼굴, 스타일, 목소리라고 하구요.

남자가 여자를 볼 때는 무조건 얼굴이래요. 예뻐야 된다는거죠.."

"그러게요. 요즘은 얼굴도 경쟁력이라니 좀 씁쓸하기도 하네요.

사실 얼굴이야 의술의 힘을 빌릴 수 있지만... 내면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되는데 말이죠."

내말에 그녀는 찬성의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미술을 전공 하고, 결혼은 했고, 자영업을 몇 년 하다가 어느새 말을 잃어서

타인을 만나기를 거부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단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아 심리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사람관계가 어려워 그것을 풀려고

노력중이란다.

"저, 지금도 조금 떨리거든요.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숨을 고르게 쉬는 그녀에게

"용기가 대단해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다가서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떤사람에게 3분스피치를 하려고

말을 거나요?"

궁금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잠시 웃더니

 "일단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요. 그래도 거절 당할 때가 종종 있지만요,

혼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인상을 쓰고 표정이 굳어 있는 사람에겐

가까이 하기가 힘들어요. 사실 제가 그런사람하고 말을 더 많이 나누어야 되는데

아직은 그럴 용기가 안나네요.

아까 혼자 앉아 계시는데 표정이 온화하고 밝은 모습이라 용기를 내어 봤답니다."

난 미소를 띄우며

"그래요? 감사하네요. 많은사람과 좋은 이야기 나누고 심리학 열매 잘 맺으세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3분은 충분히 지난 것 같아요."

그녀는 고맙다며 꾸벅 인사를 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처음보는 사람과의 대화,

난 그녀을 통해 또하나를 배웠다.

나도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생활의 활력이 될 것 같은데... 실천이 가능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