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계절이다.
하늘도 예쁘고 바람도 신선하고 햇살도 적당이 뜨겁다.
이 좋은 계절에 병원마다 다니려니 짜증이 난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것은 아마 육개월쯤 전이었던것 같다.
학교급식 일이 힘들어 그런가보다 하며 침을 맞으러 다녔고 그 또한 시원치 않아
동네 정형외과에 물리치료도 다녔다.
당산동에 가서 고모님과 종일 화투를 치는 일도 허리에 무리가 오는것 같았다.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근무력증 재발이 의심스러워 구로 고대 병원에 가서 근전도검사도 받았지만
근무력증과는 상관 없단다.
국립암센타에 갔다.
유방암 센타에서 뼈 전이가 의심된다해서 뼈스캔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방암 수술 후 삼년만에 뼈로 전이된 사례가 많았다.
체중이 불었을때 뼈 전이가 올수 있다고 한다.
딱 나다.
뼈로 전이 된 경우에는 고통이 말할수 없이 심하단다.
또 한번 죽음이라는 놈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는 걸을수 없을만큼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유방암 센타에서 전이가 아닌 것을 확인한 날 아들과 둘이 손을 마주 잡고 웃었다.
"엄마 나도 엄청 겁먹었었어."
아들이 비로소 실토를 한다.
아들과 다시 오산에 좀 크다는 정형외과에 갔다.
MRI검사 결과 걷지 못하는 원인이 나왔다.
척추후관절낭종이라고 했다.
의사가 보여주는 사진에 내 척추에 물혹이 하얗게 두드러져 있었다.
그 놈이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보행에 방해가 되고 있단다.
주사 치료를 해보다가 안되면 수술밖엔 없다고 했다.
척추뼈를 잘라내고 그 속에 있는 혹까지 다 제거 하고 철심을 밖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척추에 철심까지....
그건 못할것 같다.
일단 수술실에 들어가서 척추에 주사를 몇대 맞고 돌아왔다.
아들과 나는 다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정말 수술 이외엔 방법이 없는가.
주사를 맞고 나니 돌아눕지도 못하게 통증이 심했는데 조금 부드러워진것 같았다.
일주일후에 다시 병원에 와서 주사 결과를 본 다음에 수술 여부를 결정한단다.
주사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주사를 한번 더 맞는 다니 주사를 여러번 맞더라고
수술은 안하고 싶다.
비수술 병원이 어디에 있는가 아들이 열심히 검색을 해서 알려주었다.
오늘은 지팡이 없이 화장실에 갈수 있었다.
살을 좀 빼야겠다.
여름에 엄청 먹은 과일이 그대고 살로 돌아온 모양이다.
암 전이는 아니라니까...
방법은 있는 병이라니까...
이렇게 위안을 삼는다.
2015년 가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