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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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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저편


BY 그대향기 2015-10-11

다 저녁에 카톡이 왔다.

택배마감시간이 임박해서 온 카톡​

"엄마 제 겨울 옷 제방에 챙겨뒀는데 오늘 택배 부탁합니다.

 서울 친구 주소 보낼테니 그쪽으로요.

 그러면 그 친구가 우즈벡 들어오는 사람 편으로 보낼겁니다.

 오늘 꼭 보내주세요.

 그래야 20만원 벌어요.ㅋㅋㅋ"

그 때 시간이 대강 4시쯤?

5시면 우리집 택배를 가져가는 시간인데 바쁘다.

20키로가 넘지 않도록 안전하게 18키로 조금 넘게 보내란다.

공항에서 키로 오버되서 다시 짐 정리하는 불상사가 안 생기도록

18키로 조금 넘게 정사각형 박스에 넣으라니 이거야 원...

옷이야 제 방에 챙겨뒀다고는 하지만 무게 맞추는게 어디 쉬운가?

어그부츠에 키높이털운동화에  힐에 겨울파카에 뭐에 뭐에....

넣었다뺐다를 열번가량 반복한 다음에야 짐이 정리되었다.

저울이 몸무게 재는 디지털저울 밖에 없어서 박스만 올리면 눈금이 안 보여

남편이 빈몸으로 올라가서 몸무게를 쟀다가 짐들고 다시 올랐다가는 무한반복

무거운 털옷을 넣었다뺐다 흐이유....

나중에는 땀이 삐질삐질.

오늘 당장 보내야 서울까지 도착하고 우즈벡 나가는 인편으로

다시 보내지는 짐이라 거실을 폭탄 맞은 집처럼 어질러 놓고 난리쇼~

짐 보내고 나흘 후에 잘 받았다고 카톡이 왔다.

둘째가 보내라는 옷보다 신상도 들어있다며 좋아라했다.

추운 나라라 핸드크림도 세개나 넣고 내게 있던 두툼한 목도리 두개까지 덤으로 넣어 보냈다.

오리털파카에 솜이 든 바지와 기모레깅스, 수면 내복까지.

큰거 들어냈다가 가벼운 거 넣었다가 18키로를 맞추느라 몇번을 뒤집어 엎었는지...

국제택배로 보내면 키로당 만원이란다.

​지인이 한국에 나왔다가 큰 짐이 없다고 연락이 와서 급하게 집으로 SOS를 쳤단다.

세상 참 좋고 빠르다.

짐 부친지 나흘만에 본인 손에 도착했다니.

그것도 서울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다시 배달된 짐을 인편으로.

무슨 OO7 작전같다.

뭔가 뜻을 두고 그 먼 나라까지 가긴 했는데 잘 하고 있는지...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혼자 힘으로 그 먼데까지 가서 살아내는 재주가 용하다.

딸인데도 막내 아들보다 더 걱정이 안되니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먼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이쁘게 봐 주자.

최소한 자신에게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거면 족하다.

누구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려고 하는 지금의 모습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려는 그 ​패기가 부럽다.

예쁜거 고운거를 갈망하지 않고 씩씩하게 건강하게를 더 사랑하는 둘째

멋을 부릴 줄도 알지만 거추장스러운 것도 아는 진짜 멋쟁이.

엄마는 너를 응원한다.

설령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높이 산다.

네가 가는 길이 네 역사가 될거니까

뚜버기걸음으로 차곡차곡

욕심스럽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최후의 선택은 언제나 네 몫이란 걸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