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여니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친정집에 도착했을 땐 벌써 여동생의 웃음소리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다행히 차들이 서울을 많이 벗어나 길이 덜 막혀서 생각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벌써 다과상은 준비 되어있었지만, 친정엄마는 큰사위의 등장으로 맘과 행동이 바쁘신가보다.
올케와 여동생이 움직여도 마음에 안차시는지 당신이 "에구 에구"하시면서 의자에서 일어나신다.
백숙을 뜯어서 사위 접시에, 딸 접시에, 손주 접시에 놓기 바쁘신 울엄마.
걸음걸이가 시원찮으신 아버지는 엄마옆에서 엄마가 손수 입에 넣어주시는 음식을
잘 받아 드신다.
아이러니하게도 뵐 때마다 조금씩 건강이 좋아지시는 아버지와
뵐 때마다 힘들어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올케에게 어울릴 예쁜 핀을 핑크색 복주머니에 포장할 때의 내맘은
성치않으신 아버지와 잔소리가 많으신 엄마가 만만치 않을터인데 매 번 우리를 볼 때면
보조개 들어간 예쁜 얼굴로 밝게 웃어주는 올케의 얼굴이 떠올라 고마웠고,
레몬소금을 유리병에 담아 포장할 때 떠오르는 여동생은
바른말 잘하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여우같은 예쁜 여자의 이미지가 그려져 웃었다.
내가 준비해서 싸간 전들을 구경하면서
여동생은 "호박전도 이렇게 만드는구나?" 하면서 이리저리 보고는
"언니는 전도 참 예쁘게 만들어, 또 한가지 배우네" 한다.
"난 비쥬얼을 좋아하자누.."
엄마표 도토리묵을 무칠 때도 "언니가 잘하니까 언니가 소스맛 좀 보시고..." 하면서
은근히 나에게 미룬다.
여동생은 올케에게도 손이 많이 가는걸 준비 많이했다는 둥, 통바지가 예쁘다는 둥
쉬지않고 칭찬과 수다를 떨면서 조카들의 행동에도 재치있게 맨트를 날려 몇 번이고 웃게한다.
엄마는 아버지가 다 드신줄 알고 꽃게를 정리하려는데
아버지는 덜 드셨다고 성을 내시니 꽃게를 하나하나 발라서 입에 넣어주신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아버진 결혼을 정말 잘했어요.
세상에 엄마같은 사람 없어요. 아버지가 고생도 많이 시키셨는데 어찌나 아버질 챙기시는지
이서방이 엄마보고 좀 배우라네요."
아버진 그냥 껄껄 웃으시고 엄마는 피식 미소만 지으신다.
세살 아이에게 떠 먹이듯 반찬을 하나하나 아버지 입에 넣어주시고,
나에게도 계속 더 먹으라고 손짓하는 엄마에게
나도 갈비 한 점, 생선 한 점을 밥 위에 올려드리며 얼른 드시라고 했다.
엄마는 딸들이 와서 마냥 좋으신지 이웃 할머니들 이야기에 꽃을 피우신다.
맞장구를 쳐드리며 다음이야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딸들에게
더욱 신이나셔서 많이 놀고 가란다.
그런데 막내동생이 올케는 다음날 출근한다는 한마디에
우리는 얼음땡이 되었다.
속이 깊은 올케는 간에 좋은 한약과 환으로 만든 소화제를 챙겨주었다.
엄마는 버럭 화를 내시며
그렇게 좋은걸 준비했으면 시어머니한테 자랑 좀 하지 이제야 풀어났다고 서운해하신다.
엄마는 말 많고 수다 떨어주는 며느리늘 원하고,
며느리는 조용하고 말을 아끼니 조금 섭섭하신가보다.
현관문을 나셔는데 가디건을 안입고 나와서 다시 들어가니
엄마는 날 붙잡고 쌈지돈을 집어 넣어주신다.
넉넉지않게 드리는 용돈이라 매번 미안한 마음인데,
나를 볼 때마다 조금이라도 용돈을 주시는 엄니에게 괜찮다하고 몇 번이나 사양해도
내가 니 사정 아니까 아무소리 말고 넣으란다.
그리고 돈 필요할 때 꼭 이야기 하란다.
손녀딸 등록금은 당신이 주신단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