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고 아들은 빙수집을 정리하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아빠와 할머니를 보지 못했던 여름이 지나고 추석날 아침에 아빠 손을 잡고 아이들이 찾아왔다.
할머니이... 품에 와 안긴다.
넉달만에 보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망고와 복숭아와 귤을 사놓았다.
나 망고 좋아해...
언니는 복숭아 좋아해..
난 우유 좋아해.. 언니는 우유 싫어해..
나 요풀레 좋아해.. 언니! 요풀레 먹을래?
윤하의 수다에 마음이 즐겁다.
굴비를 구워 가시를 발려서 주니 윤하는 굴비 한마리를 혼자 다 먹고 윤지는 제육에 정신이 빠졌다.
할머니..나박김치가 좀 매워.
맛이 귀신이다. 올해 산 고추가루가 매워서 조금만 넣어도 매운 맛이 톡 쏜다.
그래도 맛있네.. 아들은 나박김치가 맛있단다.
세식구 입에 밥 들어가는것을 보고 있으려니 행복이란 놈이 스믈스믈 내 가슴을 타고 흐른다.
"할머니는 윤지 윤하 보고 싶었는데 할머니 안보고 싶었어?"
"나도 할머니 보고 싶었어. 그치만 엄마한테 말은 안했어. 근데 윤하는 할머니 보고 싶다고 엄마한테
큰소리로 말했어. 아주 크게."
침대에서 내 팔을 베고 누워서 윤지가 조잘댄다.
"할머니 나 쉬이 마려."
윤하가 소리를 치는데 윤지가 내 품에 더 파고 든다.
"가지 마. 아빠더러 하라구 그래. 할머니는 내꺼야."
"할머니가 추석 선물로 장난감 하나씩 사줄까?"
"좋아 좋아."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장난감 많아요. 사주지 마세요."
아들이 말린다.
"아빠 미워할거야."
윤하가 아빠한데 눈을 흘긴다.
장난감을 사러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이들과 집을 나서니 윤하는 불안하다.
"아빠는 왜 따라 오는데? 할머니 차 타고 우리끼리 가고싶어."
장난감 사는것을 말리러 아빠가 따라 오는것 같아서 윤하는 마음이 편치않다.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씩 사주었다.
"엄마는 안마의자 사드릴까? 저기 한번 앉아보세요. "
안마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여기 저기를 시원하게 두드려준다.
"엄마도 이제 안마의자가 필요한 연새란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이 돌아간후에 창에서 달을 보았다.
오늘 하루가 보름달처럼 행복 만땅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가스렌지 밑에 용돈 좀 넣어놨어요."
보물찾기처럼 가스렌지 밑을 보니 오만원짜리 몇장이 숨어 있었다.
"고맙다 잘 쓸게."
"건강하시기만 하세요. 이 담에 몇배 더 드릴게요."
정말 건강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