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70

올 추석 주방에선 조용하셨나요 ?


BY 모란동백 2015-09-29

​혈액검사​를 하면 속전속결 결과가 금방 나오는줄 알았고

처방전 금방나와 약을 먹고서라도 추석을 잘 보내려 했어요.

근데 혈액검사 결과가 당뇨는 초기증세고 간에 중성지방이 상당히 높다면서

완전공복일때 한번 더 혈액검사 해야겠다고 합니다.

갑상선호르몬 검사도 좀더 세밀하게 해야겠다네요. 꼼꼼하신 여의사 이십니다.

추석전날 완전공복 상태로 한번 더 내방을 하여달라고 하더라구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추석지나고 암검사와 같이 하면되지 뭐, 그새 설마 죽을려고....

 

추석전날 남편집으로 출근했어요.

기본 나무새와 갈비, 육회거리,기타.... 장을 보아다 놓았더군요.

그리고선 우리부모님 산소에 얼른 성묘 가자 합니다. 웬일이랴 ~~~ 감사하여라.

속으론 많이 슬펐거든요.

엄마에게 가고 싶은데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고민만 하였더랬어요.

어쩜 성묘를 못가서 더욱 슬펐는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남편이 가자 해서 고맙게 따라나섰어요. 한시간 삼십분 정도이면 갑니다.

 

우리부모님 앞에다 과일과 포를놓고 정종 한잔씩 부어드리고선

그만 눈물보가 터져 엉엉 울고 말았어요.

" 이사람아 성묘와서 우는 사람이 어딨냐 ? "

그러거나 말거나 부모님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눈물 콧물 흘려가며

실컷 울고나니 내눈이 시원해졌습니다.

이사람도 양심이 있는지 저쪽에서 장모님을 생각하나 봅니다.

국화화분 두개를 사서 엄마,아부지 앞에다 묻고 또 묻고 ...

꽃을 사랑하셨던 나의 부모님들.. 둘째는 벌써 다녀가서 어여쁜 꽃다발이 놓여져 있었구여~

여섯명이 다녀가면 우리부모님 주변은 꽃무덤일거예요.

 

성묘를 마치고 울산집으로 바삐 돌아오니 몸이 또 이상합니다.

축처져서 일어나질 못하겠네요.

추석날 당일 아들이 12시쯤 도착한다고 하고 딸과 예비사위는 차가 밀려 저녁 7:00경에 도착한다고.... 남편이 그냥 푹쉬고 내일아침 일찍 시작하면 되지 그러더라구요. 그려 ~ 이럴땐 배려도 잘 하는구나.

 

시댁은 그냥 '조기'로 부치고 돈만 얼마해서 부친다고 합니다.

오히려 도움도 안되는 동서들이랑 시동생들 잔득와서 술 걸치고 쌈질할까봐

형님도 조용히 보내고 싶고 또 자기가족 (사위,딸)도 있고하니 아침차례 지내고

가족끼리 보내야죠.

이제야 철이드는 시동생...제일 잘 하면서도 들이데서 형님을 애태우게 했던 남편.

 

드디어 추석 당일날 갈비찜부터 하려고 물에 재워 핏물을 뽑는데 설탕을 들이 붓습니다.

왜그러냐고 ??? 그래야 핏물이 빨리 빠진다고 TV에서 그랬데요.

참 어이가 없어 원래 핏물 뽑기는 수돗물 약하게 틀어놓고 흐르는 물에 두어시간이면 빠진다고... !!

그러나 그 고집은 하느님도 못말립니다. 냅뒀어요. 티브가 그랬다는데.

새로운 방법이 탄생했나보다. 각종 음식 정보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사이 난 각 나물을 볶고 지지고 야단났는데 아들이 옵니다. 반가움의 허그를 하고...

 

마침 점심때라 밥을 하고 어제 먹었던 김치찌개가 짯지만 맛은 있었기에

뚝배기에 물 조금 더 붓고 끓이고 국민의반찬 계란말이 ..

마침 볶아놓았던 각종 나물 조금씩. 초간단 점심을 차려 아들에게 주니

그것도 집밥이라고 맛있게 뚝딱합니다. 

 

아들하고 좀 쉬었다 갈비찜 요리에 들어가는데

사과,배 ,양파 갈아달아고 부탁하고 그 사이 갈비를 깨끗이 씻어 끓는물에 한소끔 끓이려는데

여기서부터 장미의전쟁에 들어갔어요.​

잡냄새 제거에는 이런저런 방법 필요없다 저는 무조건 끓여 찬물샤워시킵니다.

근데 이남자 옆에 서가지고 제가 하는 요리를 일일이 지켜보며 끓이고 있는 갈비를보더니영양가 다 손실 된다고 끄라고 합니다. 난 조금 더 끓여야 그 특유의 냄새가 제거 될때까지 기다리고......

 

 소리를 퍽 질러 댑니다. 아~ 머리아퍼 ~

어찌저찌 하여 갈비를 삶아내어 찬물샤워를 시키고 만들어 두었던 양념을 넣고 압력솥에 넣고 팔랑팔랑 할때까지.. 그리고 은근불에 조립니다. 적당히 땟갈나고 국물 적당할때 밤,당근 정도 넣습니다. 저는 절대 감자는 넣지 않거든요.

이 감자가 곤죽을 만들기 땜에요.​ 감자 땜에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여~

아들이 보다못해 두분다 비키라고 내가 할거라고...

 

군에서 취사병 생활 3개월 했거든요. 근데 밑에 타는줄도 모르고 다 태워버리고

아 !! 사위먹일려고 있는정성 없는 정성 다했건만 두남자 땜에 갈비찜은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고사리 나물 볶는데 무슨 설탕을 그렇게 집어넣나요 ?

백선생표래요 ㅠㅠㅠ 백선생님 책임지세요.

 

아마도 이번 추석음식들은 백선생표와 주부백단들의 싸움이었을거예요.

설탕에 과한 기름에 ....  주부 도와 준다고 음식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남편은

백선생님을 존경한답니다. 설탕 !! 저도 쓰지말자 주위가 아니거든요.

숟가락끝에 콕 정도는 늘 써왔어요.

 

요즘 혼자사는 남자들은 설탕이 최고의 조미료인줄 알고 여기저기 써데요. 쓸때 써야져~

이리하여 부부는 진흙탕 쌈에 그냥 주방에서 나와버리고 약 한봉지 털어넣고 잠들어 버렸는데요.

그새 딸내미와 예비사위가 들어섭니다.예쁜 케익들고서요 .

저는 제주도 여행으로 다 잊어버린 생일을 축하해주러 아름다운 떡케익을 서울서 들고오구요.. 남편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을 사위가 챙겨줍디다.

감동 이었습니다. 저녁상을 차리는데.. 해놓은 음식을 차리는데..

그러고 보니 해놓은게 없어요. 갈비찜은 감자곤죽에다 탔지요 닭볶음탕(남편작 백선생표래요 )은 소금찌개로 만들었죠 . 안되니까 또 설탕을 집어넣고....

고사리 나물은 설탕을 얼마나 집어넣었는지 달기 짝이 없지요 .

제대로 된 음식은 내가 끓인 미역국, 호박나물, 도라지나물 무우나물,​육회 ㅠㅠ

 

한잔 걸친 남편앞에서 결국은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사위 앞에서 추태부리는 남편이 부끄러워서요....사위가 저를 다독이는 글이 카톡으로 왔기에

감동으로 다가서면서 안될사람은 절대 안된다는것. 될사람은 마눌말 잘듣는 남자.​

님들은 추석 잘보내셨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