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택배가 여주에서 왔다.
며칠 전에 고구마가 한박스 여주에서 왔었는데 또 뭐지?
풀어보니 갖가지 야생화들을 꼼꼼하게 흙까지 넣어 물을 줘서 비닐까지.
그렇게 포장해서 보냈으니 상자가 묵직했구나.
세심하게 이름까지 포장지에 매직으로 적어놨다.
미오리는 에세이방에서 안 친구다.
2007년 내가 처음 이 방을 들어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독수리타법으로 한자한자 찍듯이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글을 올리는 속도도 좀 나아졌다.
다른 사람들 글도 읽으면서 울고 웃던 지난 날이다.
미오리는 그 때 몸이 아파 힘들어했고
남편 때문에도 힘들어 했다.
글을 읽으면서 나이가 나랑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동갑이었다.
어느 핸가 에세이방에 몇사람을 알게되고 전국을 돌며 그들을 만나러 갔었다.
경기도로 충청도로 서울로.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은 오프라인에서는 이어지기 힘들다고 했는데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몇 사람은 있다.
같이 여행도 다녔고 우리집에 놀러와서 자고 가기도 했다.
미오리네도 가서 하룻밤 자고 오기를 내가 두번.
미오리가 우리집에 와서 자고 가기를 한번.
미오리는 남편을 먼저 보냈다.
한창 힘들어 할 때 전화로 위안을 준다고는 했지만 내가 얼마나 했을까마는
미오리는 그걸 참 고마워하고 있었다.
미오리가 크게 다쳐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입원을 했을 때도
그냥 친구가 되어 준 것 밖에는 없는데 또 고마워했다.
내가 서울에서 무슨 상 받을 일이 있을 때
미오리는 불편한 몸으로 경기도 여주에서 서울까지 찾아 와 축하를 해 주었고
늦은 밤 여주에 내려 줬을 때도 손을 흔들어 주며 내가 자랑스럽다며 진심으로 축하해 준 친구다.
그런 미오리가 힘들게 농사 지은 고구마며 야생화를 택배로 보냈다.
늘 적게 보내줘서 미안하다며.
몇년 전 겨울 남편하고 여주에 갔을 때 혹시라도 방이 추울 까 봐 몇번이나 들락거렸다.
친정엄마와 함께 사는 미오리는 나랑 동갑이지만 나보다 더 많은 고통을 이겨낸 친구다.
키도 크고 다정하게 생긴 미오리는 마음도 여리고 정도 많다.
남편이 알콜중독으로 온 가족을 다 힘들게 했을 때도 끝까지 가정을 지킨 착한 아내다.
지금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두 남매들과 친정엄마와 여주에서 알뜰하게 잘 살고 있다.
가끔 안부전화하고 지내는 사이지만 서로 뭘 더 못 줘서 안타까운 친구다.
미오리를 알고 지낸지도 벌써 6~7년은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여주에서 창녕으로 창녕에서 여주로 꽤 많은 택배 상자가 오갔다.
내가 바빠서 여주에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까 미오리네 담장 아래 자라는 야생화를
안 시들게 흙뭉쳐서 비닐 안에 물 줘서 다시 큰 비닐에 꽁꽁 매서 택배로 보냈다.
"향기네 산에 심어 둬.
내년쯤 예쁜 꽃들이 향기를 기쁘게 해 줄거야.
덜 바쁠 때 여주 한번 와.
우리 엄마도 너 보고싶다셔.
알았지?
건강하고."
그래 미오리야.
덜 바쁜 철에 꼭 여주 놀러갈께.
니가 만들어 놓은 다실에서 차 한잔 하며 네 꽃길에 노니는 병아리들도 구경하자.
올 겨울에는 빙판길 더 조심하고.
그 긴 다리 너무 자주 분지르면 나처럼 숏다리된다~~ㅋㅋㅋ
고마운 미오리.
공부 잘하고 착한 두 남매들이 너의 기쁨이 될거다.
모자가 참 잘 어울리는 미오리
엄마도 건강하셔야할텐데....
잘 지내다가 우리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