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딸램이 회사에서 일이 끝나고 회식이 있다며
손녀를 유치원에서 하원시켜 달라는 카톡을 보내왔다
생각해 보니 사위도 없는데 굳이 늦은 시간에 집에 갈 것도 없으니
자고 다음날 우리집에서 출근하라고 하였다
딸램은 내가 손녀를 데려갔으려니 싶어 마음 놓고 회식을 했는지
12시가 거의 되어서야 들어왔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들은 아직도 회식중인데 자기가 제일 먼저 나온거란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다들 그리 늦게까지 있으면 피곤할텐데....
손녀는 나와 남편을 친구 삼아 유치원 놀이를 하며
우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는 자기가 선생님이란다
늙은(?) 유치원생이 된 우리는 손녀가 시키는 대로 방으로 거실로 손녀를
따라 다니며 착실히 학생 노릇을 해주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계속 놀자며 저녁 준비도
못하게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겨우 겨우 달래서 다른 놀이를 하게 해놓고는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손녀에게 향해 있었다
셋이 8시쯤 늦은 저녁을 먹는데 자꾸 졸립다고 하여 마음이 바빠졌다
밥을 먹자마자 부랴부랴 욕실로 데리고 가 따뜻한 물을 통에 가득 받아
집어 넣고는 씻겨 서재방에 자리를 깔고 손녀와 함께 누웠다
자장가를 불러주고, 엄마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얘기를 해주며 등을 토닥거리니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옆에 누워 있는 딸램을 보더니
"에이 할머니가 좋은데 엄마였어?"하여 딸램이 서운해 하였다
딸램이 출근을 하고 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 남편의 차를 타고 가는데
"흐~~응, 할머니랑 헤어지기 싫은데....오늘도 할머니가 데리러 오면 좋겠다!"하길래
오늘은 엄마가 데리러 올거야하며 손녀에게 얘기를 해주었지만 마음은 짠했다
평소에 딸램의 출근시간에 맞춰 잠에서 깨지도 못한 채 유치원에 가서는 딸램이 퇴근해
데리러 올때까지 하루에 거의 12시간이나 유치원에 있는 손녀가 안쓰럽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손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 어린 것이 하루에 거의 절반을 유치원에서 보낸다는 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한 노릇이니까!
그러니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엇 하나 아이를 편하게 낳아서 키울 여건이 안되는데 말이다
그 옛날처럼 지 먹을 건 갖고 태어난다며 대책없이 낳는 시대도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