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식구들과 함께 일년에 한번 고향으로 여름여행을 떠난다.
항상 8월 15일에 가는데, 우리 얘들이 어리고 동생들이 총각일 땐
텐트를 준비해 일박으로 가다가 이젠 텐트준비도 번거롭고 잠자리도 불편해서
하루만 강원도 고향 쪽으로 휘휘 돌다가 온다.
하루를 꼬박 즐기려고 새벽부터 출발해
강원도 쪽에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기 때문에 일박과 다를 게 없다.
이번에도 새벽 다섯 시에 출발에 계곡에 일곱 시쯤 도착했다.
작년까지 고향 냇가로 가다가 횡성한우가 유명세를 타면서
고향냇가는 가축들 분비물로 오염이 되어서 그렇게 투명하고 맑았던 물이 불투명 져서
올 해부터는 고향 쪽이긴 하지만 소를 키우지 않는 맑은 계곡을 찾아서 갔다.
14일이 광복절 임시휴일이라서
좋은 자리는 전날 일박을 한 사람들로 꽉 차 차를 댈 때가 없을 정도였다.
다행이 위쪽으로 가니 아직 괜찮은 자리가 있어
다리 밑과 물가 옆에 자리를 펴고 분당에서 출발한 동생들과 친정엄마를 기다렸다.
돌 구이 숯불 삼겹살과 횡성한우를 구워 먹고 돗자리에 앉아
아들과 딸, 예비사위가 놀고 있는 냇물과 앞산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마시면
세상 모든 것이 부럽지 않고 행복하다.
아직 꺼지지 않는 숯불에 마시멜로를 꼬챙이에 꽂아 노랗게 구웠더니 달고나 맛이 났다.
“골목에서 뽑기 먹었던 생각난다. 니들 어릴 적에도 있었니?”
“그럼 엄마. 학교 앞에 뽑기 할머니가 있었는데,
설탕을 넣어 맑게 녹으면 소다 한꼬집 넣으면 빵처럼 부풀어 올랐어.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참 구경했어.”
옥수수를 나무 젓가락에 꽂아 노랗게 구워 먹으며
“강원도 옥수수가 제일 맛있지?”
간식을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다가
아들은 물고기를 잡는다고 페트병으로 어항을 만들어 된장을 풀어 물풀 속에 넣고,
딸과 사위는 계곡 길 산책을 한다고 손잡고 나가고,
동생들은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들고 물가에 앉혀 놓은 접이식 의자에 발을 담그고 앉아있다.
엄마와 올케와 나는 돗자리에 누워 또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가 낮잠에 솔솔 빠져들게 된다.
“산이 젓탱이처럼 봉긋하니 탐스럽네. 한우땜에 고향냇가는 망가졌어 에그, 쯔쯧!”
냇물 찰방 이는 소리, 산새들 인간들을 보면서 떠드는 소리,
바람과 마주보며 담소를 나누는 풀잎소리.
자연의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나이든 여자 셋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오후세시쯤 계곡에서 철수를 한다. 메밀국수 먹으러 간다고.
그쪽으로 가면서 고향 느티나무에서 놀다가 가자고 한다.
느티나무는 우리 엄마처럼 늙어있지만 아직도 청청했다.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가족이 빠지지 않고 다 모여 기쁘고 행복했다.
산속에 있는 메밀 집에 들려 메밀 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산속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다. 하얀 고양와 개 두마리가 있었다.
작고 소박한 집에 꽃도 많고 나무도 많고 사방으로 산책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곳이었다.
“누나가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 게 꿈이지? 꽃 기르며 글 쓰며 소일거리로 꽃찻집하면서.”
“제일 부럽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용기와 비움이….”
“몇 년 있다가 이렇게 살면 되지 뭐”
“찻집 이름도 지어놨어. 들꽃이 쓰는 편지.”
차 한잔씩을 시켜 한참을 놀다가 일상을 시작하는 집으로 출발을 했다.
올해 75살인 엄마를 모시고 고향산천을 돌아 당기다가 왔다.
옛날 어릴 적엔 아비 없는 우리식구들을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무시를 했지만
지금은 고향에서 제일 출세했고 효자라고 모여서들 말을 한다고 했다.
다슬기를 주워서 두 아들을 키운
엄마 나이와 비슷한 고향 이웃 아줌마 아들들도 교수가 되었다고 칭찬이 자자했지만
아들들이 장가를 가고서는 며느리가 가난하고 더럽다고
시어머니를 무시하고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근데 내 동생들은 엄마를 모시고 매년 고향을 찾아서
엄마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고향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눈다.
고향은 오염이 되었지만
느티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형제들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지만
변함없이 엄마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형제간도 자주 만나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다.
집으로 와서 서로 사진을 주고 받으며 카톡을 날렸다.
“엄마가 구십쯤 될 때도 느티나무 아래 모여 사진 찍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