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폭염도 어느 새 물러나고
귀또리가 울고 귀청이 아플 정도로 매미가 울어대는 걸 보면 정녕 가을의 초입이다.
잠자리가 낮게 날고 붉은 고추가 시골마당마다 널려지기 시작하면 더위는 맹위를 잃는다.
가을볕은 쏘는 듯이 따가워도 여름 햇살하고는 맛이 다르다.
여름햇살은 사람을 반쯤 죽여 놓지만
가을햇살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 든다.
포도가 익어가고 사과가 익고 배가 맛이 들고
밤나무에 밤이 토실토실 익어가는 가을 햇살.
가을 햇살에 반해 하늘을 우르르면 푸르게 높아간다.
여름이 끝날 즈음 나는 무지하게 바빠진다.
여름 뒷설거지.
수련회 뒷정리도 해야하고 여름에 사용했던 이불빨래도 해야하고
봄부터 여름까지 화단에 곱게 피었던 꽃들이 이젠 마른 대궁으로 남았기에
일일이 전지가위로 잘라서 불태워야한다.
태풍이라도 지나가고나면 500년 된 느티나무는
죽은 잔가지들이며 잎사귀를 떨궈낸다.
자연의 섭리가 참 오묘하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서 있는 나무는 태풍이나 소나기 한 바탕 지나가면 마치 짐승이
젖은 몸을 흔들어 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듯 바람에 온 몸을 맡겨 죽은 가지들을 떨궈낸다.
태풍 한번에 마당이 온통 그렇게 떨궈진 잔가지며 나뭇잎들로 엉망이다.
대빗자루로 족히 한시간은 쓸어야된다.
봄에는 잎사귀를 둘러 싼 작은 보자기 같은 잎새들로 마당은 노랗다.
가을에는 낙엽 여름에는 잔가지 정리
한겨울에는 없을까 일년 중 세계절은 빗자루를 놓을 사이가 없다.
낙엽을 쓸어 모아 불을 놓고 그 은은한 향을 즐긴다.
눈이 좀 맵기는 하지만 낙엽 태우는 냄새는 참 좋다.
불길이 다른데로 옮겨 붙을까 염려도 되고해서 대빗자루를 들고 멀찌감치 서서
낙엽이 다 탈때까지 지키고 섰으면 행복하다.
온 몸은 연기로 불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좋다.
여름을 마감하고 이젠 가을을 맞이할 시간이다.
내일 할머니들하고 여수로 2박 3일 여행을 간다.
낮에 간식으로 포도며 복숭아 햇땅콩 바나나에 떠 먹는 요구르트까지 잔뜩 사 놨다.
1년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할머니들의 기대가 크시다.
꽈리고추를 넣고 장조림도 해 놓고 여행가방도 대충 챙겨 놓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바닷가 어느 마을에 펜션을 예약해 뒀다.
해돋이를 보면서 신선한 아침을 맞이하리라.
비록 우리 부부가 오붓하게 떠나는 여행은 아니지만 즐겁게 놀다 오는거다.
할머니들이라 젊은 사람들하고 다소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어디 하루이틀된 것도 아니고 떠나자 여수로~~~!!!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에서 중년을 불 태워 봐????
일정표를 빡빡하게 짜 놨는데 할머니들이 힘들지 않으실런지 모르겠다.
고령이신데도 어디 가자면 다른사람들보다 먼저 나서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