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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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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지


BY 그대향기 2015-08-06

빈둥지 

 

 

 

새가 다 날아가 버리고 없다.

바쁜 수련회를 끝내고 아기새들이 궁금해서 화분을 들여다 보니

새들이 다 날아가 버리고 한마리는 안타깝게도 죽어 있었다.

다른 건강한 아기새들은 엄마새가 업어갔을까?

아빠새가 입에 물고 날아갔을까?

 

빈 둥지에 낙오된 죽은 아기새 한마리만 바짝 마른 모양으로 남아있었다.

아팠을까?

먼 하늘로 날아갈 건강이 안 되어 그냥 두고 갔을까?

날아간지 여러날이 되었든지 아기새는 말라 있었고

다른 아무런 흔적은 없었다.

 

부부새들이 보드라운 깃털을 뽑아서 만들었던  동그란 알집은

죽은 새 몸에서 나온듯한 벌레가 있어 밖으로 버렸다.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날아 갈 때 한번만이라도 아기새들의 날개짓을 보고 싶었는데....

어떤 모습으로 아기새들을 데리고 날았을까?

 

약육강식의 법칙이 아기새들의  출발에서도 어김없이 적용이 되었든지

도태된 아기새는 바로 죽음으로 연결된 모양이다.

밀림의 왕 사자가 새끼를 낳으면 벼랑에서 떨어트려 다시 기어오르는 건강한 새끼만 키운다더니

고 작은 아기새들도 그랬을까?

제법 낙개죽지가 실하게 나오고 투명에 가깝던 피부도 털이 생겨 어미새를 닮았었는데....

 

소리도 없이 분홍입을 쫙쫙 벌리고 먹이를 달라던 아기새들

며칠 전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밤

자다가 아참 아기새~

우산 펼 시간도 없이 앞 베란다 문을 열고 화분 모아둔 선반으로 달려갔다.

선반바닥이 제법 넓어 어지간해서는 비가 안 맞을건데 바람 때문에 아기새들이 젖고 있었다.

 

작디작은 몸뚱이가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고 있었지만

어미새는 그 비바람치던날 밤에 어딜 갔을까?

화분은 제법 넓었고 선반도 넓어 아빠새가 같이 있어도 좁은 공간은 아니었을건데.

새들이 들어 있는 화분을 더 깊숙하게 밀어 넣어줬다.

짹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오롯이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던 아기새들.

 

그 날밤 그 비 때문이었을까?

한여름이라해도 밤에 비를 맞은 나도 추웠었는데 새들이 감기에 걸리나?

혹시 죽은 그 새가 바깥쪽에 있던 새였을런지도 몰라.

아직 날개도 채 나오기 전에  비를 맞아서 감기에 걸려 폐렴에라도 걸린걸까?                                             

서운한 마음에 별별 상상을 다 해 본다.

 

아기새들이 다 날아가버린 빈둥지

이 폭염에(창녕은 연일 36도가 넘어서고 있다) 잘 적응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디 잘 날아올라 건강한 어른새가 되길 바래본다.

연어처럼 아기새들도 여기 이 화분을 찾아 날아들까?

다른 큰 새들한테 위험한 일이나 안 당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