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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요리사


BY 그대향기 2015-07-22

오늘은 내가 요리사

 (옥상에 키우는 와송)

 

 

오늘은 내가 요리사오늘은 내가 요리사
오늘은 내가 요리사 

  (열무냉면, 샤브샤브, 황태국에 있던 건더기들, 무를 깔고 한 참조기조림)

 

 

내 직업은 조리사다.

수련장의 주방장이다보니 크고 작은 행사도 많지만  외국에서 손님들이 자주 오신다.

늘 만지는 음식이지만 단체손님들보다 개인적으로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더 신경쓰인다.

외국에 나가계시는 선교사님들도 자주 오시고

큰 교회의 목사님들도 자주 오신다.

미션스쿨의 총장님들도.

 

오시는 분들은 그냥 먹는 밥에 수저만 더 올려 놔 주시라고 하지만

손님 대하는 마음이 어디 그런가?

봄에는 조개살 넣은 쑥국을

여름에는 시원한 열무냉면을

가을에는 회덮밥을

겨울에는 쇠고기를 푹 삶아서 죽죽 찢어 뜨끈뜨끈한 육개장을 끓이기도 한다.

복더위에는  전복을 사서 엄나무와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고 삼계탕도 먹음직스럽게 끓여 내기도 한다.

 

그래도 밑반찬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자리는 부담스럽다.

머윗대를 삶아 잘게 찢어서 조개살과 들깨가루를 넣은 찜도 하다가

갖가지 채소를 듬뿍 넣고 방아잎과  청양고추를 쏭쏭 썰어서  부침개도 굽다가

꽃개탕도 끓이다가 해물탕도 얼큰하게 끓이다가....

짧은 머리로 국적불명의 반찬들을 만들어 내곤 한다.

누군가는 퓨전이라고 했던가?

동서양을 오가는 합리화된 음식.ㅎㅎㅎ

 

음식은 무엇보다도 보기에 좋아야 하고

먹어봤을 때 적당하게 간만 잘 맞으면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밍밍하면 먹어내기 힘들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좀 싱겁게 먹는 식단이다.

할머니들  혈압이나 당뇨때문에 주로 잡곡밥에다가 조금 덜 짠 음식이다.

나가서 어쩌다가 밥을 사 먹는 날에는 집에와서 물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모른다.

밖에 음식이 우리에겐 너무 짠 모양이다.

 

주말에 온천욕을 하고 오는 길에

가끔은 중화요리를 먹고 오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가 생신이면 본인이 한턱 내시기도 하고

남편이 어쩌다가 할머니들한테 쟁반짜장이나 짬봉을 사 드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했다.

짜장면이나 짭뽕 탕수육을 얼마나들 좋아하시는지...

후루룩 후루룩 접시에서 얼굴을 안 들고 잡수실 정도다.ㅎㅎㅎ

건강하다는 증거다.

 

언제까지 음식만드는 직업에 종사 할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하는 날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건강해야만 가능한 일이고 즐거움도 느끼는 직업이기도 하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일어날 때

그냥 하는 인사치렌지 진심으로 하는 인사인지는 눈치로 안다.

모대학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 올 정도면 그런대로 음식맛을 잘 내고 있다고 해야하겠지.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좋다.

바쁠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한가한 시간도 있는 이 자리.

 

다음 주에는 600명 2박 3일을 시작으로 여름수련회에 들어간다.

일하면서 입을 얇고 시원하고 최대한 편안한 옷들을 찾아놓고

메뉴판을 작성하다가 이 글을 올리고 있다.

내겐 올해도 건강한 여름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이들한테 건강한 먹거리로 맛있게 정성으로 만들어 줘야한다.

한여름에 하는 수련회는 늘 긴장된다.

기온이 높다보니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고 지내야한다.

상당한 스트레스긴 해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내 책임인거다.

나는  2박 3일 동안 그 모두들의 건강한 엄마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