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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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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용돈 -5편


BY 들꽃나라 2015-07-22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게 성당에서 추도미사를 끝으로 고인의 운구는

용인 장례식장 평온의 숲으로 옮겨졌고...그렇게 엄마는 저 먼곳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곳으로 떠나가셨다.

뜨거운 화장터로 들어가기 마지막전...

그때까지만 해도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통곡과 눈물은 참을만 했다.

화장터에서 유골함을 건네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작은 창문 사이로 유골함을 건네주는 분께서 "고인의 뼈가루가 너무 가볍습니다.

매우 마르셨던 모양입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참을만 했던 통곡과 눈물이

그제서야 목구멍을 치고 올라와 오열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파란만장했던 모든 인생이 한줌의 재가 되어 이렇게나

작은 유골함에 담겨진 것이다.

 

이제는 정말...엄마를 보내드려야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엄마...하늘나라에서는 더이상 고된일 따위는 하지 말고..아프지 말고...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살면서 오롯이 인생을 다 바쳤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딸 걱정같은건 하지마요..모든 근심 걱정...더이상 가까이 두지 말고...

평온하게 주님곁으로 가세요...평온하게...

 

장례식이 끝나고..가족들은 그저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맞이했다.

나는 밥을 먹다가도...티비로 보다가도...문득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시에 시달렸고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컵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에

"엄마 내가 할께"..습관처럼 혼자 말을 하기도 했으며

자다가도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거실로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환청에,,환시에.. 혼자 말을 하다가도.. 거실에 나와 엄마가 없다는걸 알고는

미친사람처럼 소리 내어 울고 또 우는 일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엄마를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남겨놓은채 우리 가족들은 일상에서 점차 미소도 되찾고

딸램의 수다도 길어지고 잔잔하게 소란스런 일들에 적응이 되어갔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전...

오랫만에 대청소를 하려고 가족들 모두가 각자 손걸레 하나씩 들고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베란다 창틀을 닦고, 묵은 이불빨래를 하고,

그동안 제대로 살피지 못한 화분 분갈이를 해주었다.

 

거실장 위 엄마의 영정사진과 십자가 고상을 닦으려고 하는데 어?

못보던 돼지저금통 하나가 엄마 영정사진 앞에 놓여져 있다. 이게 뭐지..

왜 여기에 돼지저금통이 있지..분홍색 돼지녀석을 들어보니 꽤나 묵직했다.

구멍안으로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니 천원짜리 지폐와 잔돈이 꽤나 들어있다. 

"여보..아들..딸램아 이리 나와봐. 여기 돼지저금통이 있어."

도통 이 돼지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지 가족들을 불러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거실로 나온 아들이 "어 그거 내가 갖다놓은거야."라고 말한다.

"웅? 아들이? 왜에~~?"

"내가 할머니께 드리는 용돈이야. 할머니 살아계실때 매일 내게 용돈 주셨잖아.

이제는 내가 드릴려고...하늘나라에서도 돈 쓸일 많으실거잖아."

 

아...그래...무서운 중2이라고 하던데..그래서 그런지 중학교 2학년 되어서는

통 말도 없고..말대답도 부쩍 많아지고.. 그런 아들이 할머니께 용돈을 드린다고

영정사진 앞에 돼지저금통을 갖다놓고 하늘나라에서 쓰시라고 돈을 넣는다..?

웃어야 하는건가..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건가..

 

아무튼 아들의 그 발상이 소소하게 웃음을 준건 사실이고

할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기특하고 이쁜건 사실이 아닌가..

참으로...감사한 일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