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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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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 불리우는 문주란


BY 모란동백 2015-07-24

하늘나라에 계신 나의 엄마는 

화초를 무지하게 좋아하셨는데

그중에 아버지가 키우시던 군자란을 제일 아끼셨고

어디서 묘종을 가져다 이쁜 화분에 옮겨 심으시며 이름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하는 들꽃도 심고

연못이라 생각하시고

커다란 어항에다 금붕어와 부레옥잠과 가짜연꽃을 동동 띄워놓고

베란다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시는게 낙이었어요.


거실 마루에는 첫외손자가 직장에서 첫월급 탔다고 멋진 행운목을 사다 주었고..

별별 화초가 많았어요.그 멋진 화초들은 동생들이 하나씩 다 가져가고

난 멀리서 산다는 이유로 엄마의 넋을 가져오지 못했는데요. 좀 섭했어요.

 

친정에가면 엄마랑 둘이 앉아 화초의 이름을 가르쳐주면

난 응,응, 아~ 그래 ..그렇구나 해가며 엄마랑 재밌게 얘기 주고 받았던게 불과 몇개월전....

49제 끝나고 또 몇개월 흘렀네요.

저번 아버지 기일날 부산에 갔다가 바로 밑 동생네 들렀을때 눈에 확 들어오는 '문주란'


좁고 길다란 화분에 두쌍이 붙어서 끙끙 거리는 것 같네요.

이 문주란에 얽힌 애기 해볼라구여~


imf 터지고 속터지고 사업자금 부족해 엄마께 손 비비러 갔어요.

어떡해요 엄마가 조금 보태주데요

조금이 아니라 나에게는 사막에 오아시스 같았어요.

근데 애기 문주란 두쌍이 있는거에요

"엄마, 이거 나 줘 잘키울께 "

"그려 친구가 준건데 가져가 " 사실은 엄마도 키워보고 싶을것인데여~


이쁜 도둑은 이렇게 엄마의 문주란을 울산까지 고이 가져다 심어야겠는데

화분이 없었어요

imf 터지는 바람에 부도 맞은 화원을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거기서 알바도 했져~

어버이날 쯤 되면 날 불러 꽃바구니 만들라구.. 그까이거 잘 만들었져~

 

널부러진 화분들과 시들은 화초밖에 없는

그친구도 아엠에프의 후폭풍을 심하게 맞고있던 터라 늘 우울하게 지냈죠.

이만저만 얘기하니 화분을 싣고 우리집에 와서 문주란 두쌍을

전문가의 솜씨로 한꺼번에 심어주더니 " 행운을 빈다 ㅎㅎ"


그랬던 추억이 있는 그 문주란...

우리집 베란다에 햇빛이 잘들어 화초들이 잘되었고 친구가 전문가답게 심어준

애기 문주란은

쑥쑥잘 크더라구여~ 2007년에 나는 친정으로 피신갈일이 있었어요.

그넘(?)의 지롤발광을 피해서요.

 

딴건 다 두고 잘커가는 문주란과 그때 키우던 강쥐 '만원이'랑 그렇게 친정으로 피신을 갔어요.

2년정도 친정옆에서 엄마와 동생들의 정을 느끼면서 삶에 지친 난 마음놓고 쉬었어요.

아들의 성화에 남편옆으로 와야만 했습니다.

늘 나를 지켜주던 만원이는 어디다 보내고 길거리에 서서 울었고

문주란은 동생에게 넘기면서 잘키우라는 말과 함께 울산으로 왔어요.************


그리고는 그 문주란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는데

이번에 동생네 갔더니 잎사귀가 튼실하니 잘자라고 있건만

동생이 엄두가 안나서 화분은 구해다 놓고선 분갈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어요.

오늘 날 잡자 분갈이로 들어가는데

당췌 문주란 둘이서 얼마나 꼭 껴않고 있었는지 나오질 않네요


이 문주란은 살려야해 ㅠ "언냐, 근데 꽃이 안핀다 이 문주란은 ? "

"뭔소리야 꽃피게 생겼냐 ? 좁다란 화분에서 둘이서 부둥켜 있으니 "

햇수로 15년 정도 나이먹은 문주란 둘이서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었을텐데 무슨 꽃을 기대하니 ?

동생이 언냐 화분을 깨자 그러네요

난 문주란도 화분도 아픈 추억이 있어서 둘다 살리고 싶었는데 할수없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려했는데 동생은 망치를 가지고 옵니다.ㅎㅎ 에라 동생이 내리쳤습니다. 아흑 ~


그속에서 나오는 두쌍의 문주란은 화분속에서

멋지게 고목(?)으로 자라져 있더라구요. 경이로웠습니다.

하나씩 분리했어요. "동생하나 언니하나 " 그렇게 동생이 준비한 화분에다 문주란 하나 심어주고

고이 모시고 온 나의 추억있는 문주란은 널널한 커다란 화분에다 심었어요.


그 문주란에게 자꾸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엄마 오늘도 잘 커줘 응 ?

눈뜨면 바로 주란엄마에게 가서 들여다 보면 밤새 쑤욱 ~~ 잘때도 엄마 잘자 ~~

적당한 빛과 통풍으로 지극정성 엄마의 넋을 지키고 있어요.

그옆에 있는 남천 이쁘니와

관음죽도 잘자라고 인삼벤자민도 엄마가 돌보는지 주변의 화초들이 한여름의 정기를 받고

잘크며 나의 스트레스 해소에 길을 열어주는

주란엄마가 오늘도 나를 지켜줄거예요.


주란엄마가 언젠가는 꽃피울때도 기다려 볼겁니다.

엄마가 언젠가 그랬어요. 넌 손재주도 뛰어나고 영특하다고... 그래서 키우기를 잘 한다고...

마음의 안정을 찿으면 화초도 키우고 금붕어도 키우고 다시 그럴때가 온단다.

아 ~ 엄마.. 키우는것을 좋아하는 내가 지금 또 뭔가를 키우기 시작해요.

엄마가 그토록 애지중지 했던 군자란은 아버지의 넋 이었단걸 이제사 느끼는 큰딸

그 군자란은 막내에게 갔죠. 잘 키울겁니다. 


엄마 사랑해요. 보고싶어요. 한없이 불러보고 싶은 이름 엄마......

문주란 엄마도 오늘 꽃잎 끝이 노랗게 변하질 않았어요. 영원히 파라길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