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사시는 친정엄마랑 연세가 같으신 어르신은
나만 보면 남편얘기를 꺼냅니다.
" 느그 남편은 와 한번도 얼굴 안보이노 ? 보기보담 다르구만은 ~ "
마치 자기딸의 일인양 세상천지에 이리도 얌전한 안사람을 내팽겨 놓고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혼자서 흥분을 하십니다.
" 그래도 그사람이 나를보면 인사를 잘하고 해서 괜찮게 봤더만 형편 없데이 ~ "
"어무이, 바빠서 그렇겠지예. 어떤때는 서운하기도 합니더 ~"
" 그래 집에만 콕 있지말고 시내 한바쿠라도 돌고온나 으잉 알았나 !! "
"시상에나 그 사람은 일요일도 없다쿠나 으잉 그래도 그렇지 산사람을 이래 들여 앉혀놓꼬
일요일이라도 마누라 바람도 쐬워줘야 되는거 아이가~ 으이 ~~"
흥분을 하십니다. 진한 울산 사투리에 마음이 싸해 옵니다
그 어르신은 아드님 한분밖에 안계시고 딸은 없으시답니다.
저만 보면 딸같은 생각으로 남편얘기에 열을 올립니다.
"어무이, 괜찮아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더. 그러려니 하며 삽니더 "
"그라몬 니가 과부팔자가 으이~ 시상에나 나이 먹어가꼬 우짤라꼬 그라노"
그러고 보니 제가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을 못하고 마냥 청춘 같으니...
어제 토요일 초저녁에 콩이가 마구 짖어댑니다. 얼릉 가디건 걸치고...
누구세요 ? 와 동시에 문 따는 소리가 들립니다 헉 !! 이건 무슨소리 ??
몇개월만에 남편이 나의집에 들른겁니다.
좀 차려 입은거 보니까 토요미사에 가는 차림새 입니다.
현관에다 두루마리 휴지 큰거, 쌀(지가 먹다남은거) 홱 던집니다.
"뭐야 ~ 웬일이셔 " 서로 쳐다보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어요.
얼굴이 퉁퉁 부었구만. 운동 좀하고 움직이라구 ~
성당미사 가는길에 주고갈려고 쌀 ,휴지.. ㅋㅋ
무슨 구호품 받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먹거리도 사다주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아내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
세상살이 저도 귀찮고 오는 전화도 받기 싫고해서 음소거를 해놓았더니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러 들른 모양입니다. 신발도 안벗고 그대로 내려가는데
밑에층 할머니 맞닥뜨려졌나 봅니다.
" 이보이소 ~ 내가 나설일은 아니지만도 마누라 좀 챙기이소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데이 "
" 네 어르신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하고 줄행랑을 칩니다. 어르신의 말씀이 더욱더 커집니다.
" 마아~~~ 별 여자 없따. 지 여자가 최고인기라요 ~~ "
처음 우리가 성당미사 드릴때만해도 신부님께서
세례식에서 저희부부에게 잘 살으라고 축언까지 해주셨는데.....
하늘은 있는지 없는지 늦은 나이에 청상생과부가 되어있는 내모습은
걸핏하면 흐르는 눈물과 함께 사랑이라는 단어는 이세상에 존재나할까 ?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 말씀이 씁쓸이 느껴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