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마지막 주말에 청명한 하늘을 본다.
메르스 공포로 한달이 지나갔다.
바이러스라는 놈이 어찌 생겼길래 그리 쉽게 목숨을 앗아가는지 놀랍다.
질병이 있는 노인은 조심하라니 조심하긴 했다.
TV에서는 초기대응을 못한 정부를 욕하느라고 여러 명이 둘러앉아 말 자랑을 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저리도 많았는지 그 또한 놀랍다.
누가 누가 말 잘하나 시합을 하는 것 같다.
도마에 오른 대통령이 딱하다.
사람들은 남의 흉을 보면 참지 못하고 떠들어댄다.
마치 자기의 흉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뻔뻔한 얼귤을 들고 앉았다.
인간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한다.
최악의 가뭄이란다.
날로 더워지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니 학교 급식 일은 그만 두기로 한다.
방학이 머지 않았는데 좀더 버틸까 했지만 잔머리 쓰는 학교측의 편의를 봐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유월로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어딜 가나 인간이 공해다.
배려가 없는 세상을 또 하나 보고 떠난다.
유월 한달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윤지의 전화도 울리지 않는다.
거리를 두겠다는 에미의 의도겠지.
어쨌거나 내 손녀가 어딜 가는건 아니니까 느긋하게 대응하기로 한다.
사람에 대해서 또 한번 놀란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항상 늦게 깨닫는 것은 오랜 습관인지 누구나 그런건지 모르겠다.
떠날때가 되었으면 떠나야겠지.
아들이 상암동에서 타이완 빙수집을 개업한다.
대만에서 들여온 빙수 기계가 신기하다.
생과일 쥬스와 커피도 판매를 하니 빙수집이라고 꼭 집어 말할순 없다.
난지 다방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개업을 위해 애쓰는 아들을 도와주려고 갔지만 내 나이를 절감하고 돌아왔다.
어딜 가나 늙은이는 방해만 되는 것 같다.
뭘 아는게 있어야 도와주지...
여러 종류의 냉장고가 낯설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 인테리어를 직접했단다.
페인트 칠도 아들이 하고 등도 혼자 달았다니 살이 부쩍 빠진 이유를 알겠다.
아이들을 보러 주말마다 오던 일도 못하니 윤지 윤하는 아빠가 보고싶다고 아우성이란다.
엄마가 해줄 일은 기도 해주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람이 살면서 가슴 아픈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아픈 부분은 아픈대로 접어두고 너무 들여다 보지 말기로 한다.
잘 되겠지.. 열심히 기도하면 도와주실거야..
사노라면 언제고 좋은 날이 오겠지...
이런 생각으로 유월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