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성씨 같은 두 사람이 나가고
아니 제가 운전을 못해서 고3애를 남편이 등교시켜주고 출근을 한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막내야! 엄마가 울 엄마가 보고프다...."
"엄마 다녀오삼~~"
"이불도 그대로고 청소기도 안 말었는데...."
"걱정붙들어매삼. 내 해 놓고 학교갈게. 설지나 첨인데 자고 오셔요"
기차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15분 후 도착을 보고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이만 닦고
부탁해~~하고
울 엄마를 보러 기차를 탔지요.
간밤에 비가 와서 일까요?
초록 잎파리가 서 있는 논에 물이 그득하네요.
언제 이렇게 모내기를 다 끝냈담...싶게
차창밖 네모반듯한 논들을 실컷 보면서
"엄마! 11시반? 12시쯤 도착할거예요"
아~~엄마!
8남매의 맏며느리, 종부의 삶을 살아오신 엄마!
2013년 가을, 갑자기 경운기 사고로 하늘나라로 소풍을 가신 아부지.
그리고 시골생활을 청산 하시고 도회지로 나오신 엄마.
어쩌면 자식들이 다니기 좋을려고? 51년동안 그만큼 농사지으셨음 되었지?
8층 이모네집 윗층 9층에 자매가 나란히 둥지를 트셨지요.
명절이면 엄마와 이모를 같이 만나고
이종사촌이 결혼하면 이모네 친정식구들은 당연 엄마집으로 모여서 히히호호
정말 갑자기 외가쪽을 현대판으로 가까이 자연스레 하게 되네요.
그동안은 정말 부계사회였는데....
층층시하 종가집에
할머니 살아생전엔 외가식구들이 우리집에 잠을 잔다는 건 상상도 못햇는데...
"엄마!! 삼겹살 구워 먹자~~~우리 커피 마실까?
와 엄마집 깨끗하다."
"어지르는 사람이 있나뭐. 화장실은 그렇쟈? 내도 너 할매마냥 나이드니 추지게된다야."
평생을 논과 밭을 깨끗이 꾸민사람이 빗자루로 싹싹 쓸던 사람이
하이타이 폭폭 풀어 하얀거품 뭉겨서 쓱싹쓱싹 뽀송뽀송 광내는 건 어려우신단다.
눈이 먼저 어두침침하시단다.
엄마! 목욕갈까? 머리 염색할까?
목욕은 그저께 갔다왔고. 염색은 왕년에 미장원한 원룸할매한테 해 달라할꾸마
누워라. 쉬어라. 땅콩볶아주련?
혼자 계시는 엄마는 아파트분양광고하는 곳에서 휴지받아온 야그를 하고 또 하시고
앞집아줌마랑 나물뜯은 얘기를 하고 또 하시고
그래도 난 엄마가 참 좋다. 내 엄마라서 좋다. 그냥 좋다.
아래층 동생(이모)가 바빠서 저녁에 안 온다고 해도 너거 이모부는 집에 있고 이모만 동동거린다고 흉을 봐도
가뭄땜에 텃밭에 깻잎모종이 다 죽었다고 또 얘기해도
난 엄마가 참 좋다. 그냥 좋다.
오면 갈 것을, 전화자주하면 됐지.
엄마 손녀한테 '엄마는 울 엄마가 보고싶다 했지롱'
"갸갸 참 내. 얼굴은 온쪽으로 만들거래이"
엄마와 함께한 5시간을 뒤로 하고 기차타고 돌아온 지금
내 딸들은 학교에 태권도 학원에 머물러 있지만
엄마를 엄마라고 오래도록 불리고도 싶고
엄마를 엄마라고 오래도록 부르고 싶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