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삼베홑이불을 빠닥하게 풀을 먹여 깔고 덮는다.
아사면으로 된 남방도 연하게 풀을 먹여 다림질해서 입으면 더 시원하다.
조롱박과 석류꽃
벌써 20년도 더 된 인연이다.
우리시설에 조경을 맡아 공사해 주셨던 사장님 집을 며칠 전 방문했었다.
크고 작은 공사를 믿거니 하고 맡겼던 터라 객지에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마침 양파장아찌가 맛있게 익어서 작은 통에 담아 드시라고 갖다 드렸다.
오며가며 안부도 묻고 매실이 익으면 담으라고 설탕까지 덤으로 얹어서 주시는 사장님.
그날은 사장님 집 대문간에 능소화가 꽃망을을 잔뜩 물고 올라가고 있었다.
한두그루도 아니고 네 그루나 되는 능소화
어린가지도 아니고 묵은 가지라 꽃송이가 이만저만 많은게 아니었다.
안그래도 꽃만 보면 좋아 못 사는 내가 그만 능소화 밑에서 어쩔줄을 몰라하니
사모님이 하시는 말씀
"온 김에 고마 한포기 파 가뿌소. 우리는 너무 많아요."
그래도 그렇지.
어디 남이 키워 놓은 그 큰 꽃나무를 ...
그 많은 꽃송이가 다 피면 장관이겠다 싶으니 너무 부럽고 좋겠다..싶었다.
그날은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밤에 잠이 안온다.
그 많은 능소화가..다 피면~~
남편을 졸랐다.
"그 집에 가서 능소화 사 줘. 돈은 내가 주께.
캐 오고 돈 드리고 와요. 응? 응? 응?"
이틀을 조르니 남편이 전화를 넣었다.
"집사람이 능소하 보고 와서는 안달이 났네요.
한 그루만 파세요. 돈은 달라는데로 드리께."
"하하하...그런데 꽃이 만발해 뿟는데 우짜지요?
캐 갈 재주 있으면 캐 가소. 나는 공사 때문에 바쁘니까.
돈은 많이 받을테니 각오 단단히 하시고."
일단은 성공이다.
돈이야 달라는데로 드리면 되고.
남편하고 곡괭이 삽 호미 고무밴드를 들고 고고씽~
아...그런데 그런데 이건 아니다.
능소화가 만발해서 그 골목을 다 덮어버렸다.
늘어진 능소화 가지에 꽃무더기.
차마..차마 캐 오지 못했다.
"우리 내년 봄에 캐자.
이렇게 흐드러진 걸 어째 캐 가겠어?
내년 봄에 꼭 사 줄께. 오늘은 그냥 가자."
그래서 그냥 돌아왔는데 고개는 자꾸 뒤로 넘어갔다.
꼭 이 맘 때 장마가 시작될 무렵에 피는 능소화
그래서 안타까운 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