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남편의 돌아가신 생모님의 기일이라 부산에 다녀왔다.
메르스 때문인지 6남매들 다 출가했는데도
다른 때는 북적일 집에 위로 두 아주버님만 와 계셨다.
포항과 울산에 있는 시누네는 아무도 안 왔고
부산에 있는 다른 가족들도 불참했다.
어머님 (새어머니) 혼자 제사음식을 다 준비 해 놓으셨다.
우리는 근무시간을 마치고 부랴부랴 부산까지 달려 갔다.
나는 햇감자를 준비하고 남편은 마늘이며 양파에 상추에 양파즙 오가피까지
1톤 트럭 반은 그득하도록 선물을 준비했다.
늘 그렇지만 부산 시댁에 갈 때는 더 가져갈게 없나 살피는 남편이나
남편이 기분 좋으면 편할거 같아서 눈감아 주는 나와
선물은 선물데로 준비하고 봉투에 돈까지 따로 준비하는 남편.
영도 꼬불꼬불한 계단 길을 낑낑대며 들고 올라가니
어머님 입은 함지박만하시다.
"어이구..우리 부자됐네. 고맙다 세째야 고맙다 아가"
큰 아주버님한테 기제사 밤 12시를 무시하고 일찍 드리자고 건의하니 그러자고 하셨다.
요즘 다들 여러가지로 어렵고 불안하니 얼른 지내고 돌아가라신다.
우리야 음식준비해 놓은거 뒤에서 거들어만 드리면 된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고.
다음부터는 아버님기제사와 합치자고 일단 언질은 드려놨고
아주버님도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아주버님이 순서를 진행하는 동안 안방에 들어가니
어머님이 사진 한장을 보여주셨다.
쪽찌고 곱게 화장까지 하시고 화려한 한복을 차려입으신 모습이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얼마 전에 어머님 밑에 남동생이 또 돌아가셨다.
그 땐 얼굴이 많이 축나시고 우울증증세까지 오신 모양이다.
그래서 주위에서 이러면 큰일난다고 권해 드린게 구청에서 하는 장구반이셨다.
어머님 얼굴은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시고 가수 패티킴이나 화가 천경자씨를 닮은 얼굴이다.
8등신 몸매를 넘어 9등신에 가까운 늘씬한 몸매에는 뭘 걸쳐도 멋있으시다.
그 몸매에 화장까지 하시고 한복을 입고 장구치는 모습은 예인 같으셨다.
장구반에서 별명이 패티킴이시란다.
어머님은 아이를 낳지 못해서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셨다.
남편쪽 형제 어린 6남매를 친자식처럼 생각하시고 잘 길러주셨고
6남매들도 새어머니를 깍듯이 모신다.
특히 남편은 유별날 정도로 어머님을 잘 모시고 어머님도 남편을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편이다.
부산에서는 돈 주고 사야 하는 여러가지 농산물을 바리바리 싣고 가면
어머님 두 몫에 다른 시누네 두 가정 아주버님 가정들까지
골고루 똑 같이 다 돌아가게 6몫을 싣고 간다.
남편이 시댁에 뭘 가져가든 일절 간섭을 안한다.
결국에 가져 갈 건데 쫑알쫑알 잔소리 해 봤쟈 인상만 나빠질거고 오가는 길 불편할거고
눈 감아주고 가만 있으면 친정에도 그만큼 하니까.ㅋㅋㅋㅋ
어머님한테 장구반 꾸준히 다니시라고 했다.
잠자고 있던 어머님의 끼가 살아나는 시간이고
가끔 공연도 하시는 모양이라 자존감도 생기시는 모양이다.
오늘 낮에도 고맙다고 전화를 하셨다.
안에서 잔소리하고 바가지 긁어대면 아들이 그리 못 할거라며
어머님은 내 여우짓을 늘 고맙다 하신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