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라. 내 이름도, 내 과거도, 내 학력도.
퇴근 무렵 남자 늙은이가 들어왔다. 자주 오시는 분이시다.
“전공이 뭐요?’
“대학 안 나왔는데요.”
빌어먹을. 난 이런 인간이 꼴도 보기 싫다.
저번 날에도 중년의 남자 한 분이 날 가만히 쳐다보더니
“무용 전공하셨어요?”
“아뇨, 전 대학 안 나왔는데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대학을 의무적으로 나와야 하는지 정말 짜증이 솟구친다.
나는 염색을 잘 하지 않아 머리가 나뭇가지에 눈이 살풋 내린 것처럼 희끗희끗하다,
내가 요즘 젊은이도 아니고, 오 십대인줄 분명 알텐데… 이런 터무니 없는 질문을 하다니…
우리 땐 중학교도 의무교육이 아닐 뿐더러
내 고향 친구 중엔 고등학교도 안 간 친구들이 태반이었다.
늙은이가 나를 쳐다본다.
“아 하! 대학 안 나왔다고요?”
“우리 나이 땐 대학 안 나온 여자들이 더 많았어요. 왜 물어보시죠?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는 게 맞지….”
“취미가 뭐요?”
“몰라도 됩니다.”
늙은이가 지갑을 주섬주섬 열더니 명함을 내민다.
전 대학교수 “뻥사기” 라고 써 있었다.
‘뻥사기’가 간 뒤 명함을 쓰레기통에 오물 묻은 듯 던져버리고,
소독제를 푸샥푸샥 짜서 내 손을 소독했고,
늙은이 뒤통수에 대고 ‘뻥쟁이 사기꾼’ 해 버렸다.
묻지 마라, 난 대학 근처도 안 가봤고, 대학 갈 생각도, 형편도, 뜻도 없었다.
왜 인간을 꼭 학력으로 남편출세로 자식자랑으로 학력으로 평가를 내는가?
오십이면 미인평등이라 했고,(늙으면 얼굴, 다 거기가 거기)
육십이면 지식평등이라 했거늘.(배운 거나 안 배운 거나, 다 거기서 거기)
한심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에잇! 그만 떠들고 퇴근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