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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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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투병기


BY 그대향기 2015-06-09

 

 

제목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고쳐야 할 것 같다. 

지난 2주간이 꿈만 같고 악몽이었다. 

거의 죽음까지도 갈 수 있겠구나...생각했으니까. 

 

어쩌다보니 메르스하고 딱 맞아 떨어져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자가면역력으로 이겨 보겠노라고 안간힘을 다 했다. 

무식한 아내 덕에 남편도 아이들도 맘 고생이 심했다. 

 

2주 전 부터 어깨 통증치료에 들어갔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문제는 그 때 부터. 

 

어지간하면 처방 받은 병원 약은 거의 안 먹는다. 

주사만 맞고 약은 해열제 정도는 먹어도 그 나머지는 한두첩 정도? 

그러다 나으면 그 약은 다 폐기처분하는 정도다. 

 

자연적으로 내 몸에 있는 면역력으로 낫기를 바라는 

좀은 멍청하고 좀은 무식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깨는 너무 아파 2주 정도 약을 처방 받아 먹었다. 

 

물리 치료를 하면서 레이져치료와 핫팩 그리고 안마기로 온 몸을 윙~ 

구석구석 들쑤셔 놨더니 온 몸에 반란이 일어난 모양이다. 

안 먹던 약을 2주 먹었지 온 몸을 들 쑤셔놨지~ 

 

약 먹기 시작하면서 부터 내 몸은 이상이 왔다. 

오후 3시쯤 되면 저체온증세로 입술이 새파래졌고 

아랫니와 윗니가 딱딱딱 맞부딪히고 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겨울 목도리를 두르고 옥상에서 햇볕을 쪼이고 

전기메트에 전원을 넣고 겨울 이불을 덮고 열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밤만 되면 40도에 가까운 고열에 시달렸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메르스증상은 아니고 그렇다고 쯔쯔가무시도 아니고 

저체온증세와 고열사이를 하룻밤에 몇번을 오르락내르락 

그래도 응급실이나 입원을 하지 않고 버텼다. 

 

중간에 병원에 들러 증세를 이야기했더니 

그냥 비싼 링거 두병만 주고 주사 한방으로 끝냈지만 

증세는 호전이 없었다. 

 

전세계가 메르스 확산으로 난리고 특히 우리나라가 그 중 위험국가 3위에 있다는데 

고열 때문에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 의심 받을 거 뻔하고 

같이 사는 할머니들이나 다른 사람의  걱정도 대단할 것 같았다. 

 

메르스 증세 중 고열만 일치하는데  저체온증세는 뭘로 증명할건지 

기침도 일절 없고 설사나 구토증세도 단 한번도 없었다. 

저체온과 고열 사이를 오가기를 2주. 

 

오로지 차가운 물수건과 아스피린 두알 그리고 비타민 하루 6알로 버텼다. 

낮에는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태연을 가장하며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 

할머니들 걱정할까 봐 새벽기도는 꼬박꼬박 일어나 가고. 

 

살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기를 2주, 입맛도 밥맛도 거의 바닥이었다.

가물거리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이러다 밤 중에 숨이 멎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던 날 

퍼떡 떠오른 병명..순전히 내 판단이다. 

 

명현현상일런지도 모르겠다. 

어깨를 고치겠다고 약물과 물리치료를 하겠다고 온 몸을 들쑤셔 놓으니 

그동안 아파도 참아냈고 안 그런척 이겨 낸 근육들이나 내장들이 대 반란을 일으킨거라고. 

 

그 2주 동안 참 많은 고통을 감당했다. 

아픈 걸 표 내고 위로 받지도 못했고 혼자서 끙끙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메르스로 오해 받을까 봐 입원도 못하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2주였다. 

 

저체온증이 그렇게 무서운 줄 난생 처음 경험했다. 

고열도 겁나지만 저체온증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들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입술이 새파랗고 이가 딱딱 맞부딪히는데 아..정말. 

 

내 몸 안에서 무슨 난리가 났었는지 나는 모른다. 

이제는 다 진정되었으니 살았고 

사람 사는게 정말 순간이다 싶었다. 

 

먹는거라고는 물 ..물..물... 

고열에 엄청난 땀을 쏟아내며(베개가 흠뻑 젖어 타월을 두장씩 갈아 치웠다) 

하룻밤 사이 몸무게는 1키로씩 쑥쑥 내려갔다. 

 

운동을 해서 뺀 살이라면 탄력이라도 있지 

사람이 푸석푸석 노리탱탱 영락없는 중환자상이다. 

그래도 목소리는 톤을 높여 전혀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사느라 2중고. 

 

어제는  마당에 마른 나뭇가지 태우다가 굵게 잘 나온 파마머리 홀라당 다 태워먹고. 

분위기 있게 내추럴하던 웨이브가 다시 솟커트다.

다음 주에 있을 700명 행사가 메르스 때문에 한달간 연기되었다. 

 

건강이 체 회복되기 전에 그 행사를 했더라면 힘들었을건데 

메르스 때문에 전국적인 집회를 연기했다. 

1년을 준비한 행산데 차질이 생겼지만 나는 만세다~! 

 

하나님은 내 편이실까? 

살려 주시고 행사도 연기해 주시고. 

앞으로는 이 한 몸 잘 건사하고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