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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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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터득해가다


BY 한이안 2015-05-19

참깨 농사를 짓는 게 2년째다. 참깨를 거두고 들깨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년에도 올해도 4월 말에 서둘러 파종을 했다.

그게 탈이었나 보다. 오늘에야 어렴풋이 그 생각을 해본다.

참깨를 파종하고 비닐을 덮어준 이웃 할머니의 참깨는 작년에도 올해도 빈틈없이 쪼르륵이었다.  반면 내 것은 작년에도 올해도 듬성듬성이었다.

그렇다고 할머니를 따라서 비닐을 덮어줄 수도 없다. 할머니야 밭이 울안에 있으니 비닐을 끌어다 덮으면 그만이지만, 내 밭은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다가온다. 그럼 난 하고야 마는데.. 그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는 게 미리부터 겁이 난다.

비닐이 수분을 잡아줘서이겠지. 비둘기가 쪼아 먹기도 한다는데 그 때문이기도 하겠지. 참깨 파종을 하고 나면 비둘기 녀석들이 참깨 파종한 곳에 노다지 와서 쪼아 먹는 걸 보기도 했으니 아니라 못하겠지.

한데 그것만은 아닌 거 같다. 온도가 더 큰 작용을 했을 거란 생각이 슬며시 다가온다. 510일 지나서 싹이 나지 않은 곳에 다시 참깨 씨앗을 뿌리고 오늘 밭에 가서 싹이  쪼르르 올라오는 것을 보고서야 수분 때문만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온도가 맞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내년엔 비닐 덮어주는 수고는 미뤄두고 한 올해보다 10여일 늦게 파종해보기로 해본다.

농삿일은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앞서가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