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시간의 간격을 두고 굵어졌다가 약해졌다를
반복하는데 거실에서 베란다밖을 바라보니까 마치 한 여름 장마철에 내리는 비처럼
관리실 옥상에 고여있는 물 웅덩이에는 비가 만들어내는 원 그리는 모습이 정신없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비내리는 풍경 감상에는 역시 베란다가 제격이고 빗소리가 어떤날에는 자장가소리처럼
너무 정겹게 들리기에 한 여름 장마철에는 소리듣고싶은 마음에 창문을 조금 열고
잠을 청하는데 예전에 단독주택 거주하던 시절에는 앞 집 장독 때문에 빗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기에 그 소리 듣고 잠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제 수요일 병원가는길에 작은 우산 손에 들고 내려가는데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비가 그치니까 접어서 가방속에 넣고 지하철타고 갔는데 광안리 해수욕장이
옆에 있다보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니까 비오는 모습이 보이기에 도로변으로 나오면서 우산을 펼쳤습니다.
"오늘 기억하죠 약속한거?"
"알지 오늘 내가 피자쏘는거.."
간호사인 그녀는 지난주에 언제 야간하는지 물어보니 어제 수요일 야간한다는 말에
그럼 내가 피자쏜다고 말하니까 정말이냐고.
그리고 그녀가 지난주 금요일하고 이번주 월요일에는 주간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동안 그녀가 기억하고 있었는가 보다.
남자 약속은 하늘이 두쪽이 갈라지고 사과가 내쪽으로 갈라져도 철저히 지켜야하기에
주간조 퇴근하는 저녁 7시에 피자 시키라고,
"오늘이 투석한지 2500회하서 그 기념으로 피자 쏜다.
당신하고 같이 기념하고 싶어서..."
"알아요 아까 그러데요 누가 2500회라고..."
"난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난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기밀누설된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에 2400회 기념으로 그녀들에게 맛있는거 사줬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는가 보다.
"왜 연인들 500일 1000일 되면 기념하듯이 하잖아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난 그저 축하 할일인지 모르겠어요."
2001년 투석 시작하면서 정신없이 하다보니 어느날 나도 모르게 정신을 차리듯이 차트보니
그때가 마침 700회,
이날 뭘하면 좋을지 생각한끝에 그때 간호사들에게 700회 기념한다면서 피자를 주문했었다.
그리고 800회 1000회때는 친구들에게 해물찜을...
사람이 산다는것은 하루 하루 힘들지만 그래도 사는 하루를 즐겁게 만드는것이 난 좋았으니
신문에 나오는 형편이 어려워서 본드 마시고는 병원에 실려가는 아이들보다는 그래도
그 아이들보다 더 힘들게 사는 내가 행복하지 않을까.
어느날은 나하고 살아가는 형편이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만남이 행복하고 내가 모르는곳을 찾아가는 여행가는 모습이 행복하듯이
사람이 재미있게 살려고하는것이 난 좋다.
단지 연애를 못하고 살아가는 연애를 추구하는 내 마음이 서글픈 현실이지만...
요즘에는 잘하지 않지만 3~4년전에는 항상 D데이를 입력,
1300회 1500회 이런식으로 그날을 기다리면서 마치 애인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친구들에게 이날은 어떤 음식 먹을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누가 사면 어떤가 맛있게 먹어면 그만이니까.
아마도 내가 연애한다면 사랑하는 여자친구 생일이 언제인지 다가오는날 입력할것이고
만난날 기억하면서 1주년 2주년 그리고 10주년이 언제가 될것인지 기념하는날 입력하고
그리고 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결혼 기념일 언제인지 입력할것이라는..
또 장인 장모님 생신이 언제인지도 폰에 입력하는...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일뿐,
그러고보니 올 가을 10월쯤에 2600회가 될것인데 이날은 친구들하고 왕갈비 포식 접수하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처음 갈비를 초등학생시절 아는 친척집에서 먹어보는데 그 맛 지금도 잊을수 없으니..
가난하게 살았던 그 시절,
평소 잘 먹지 않지만 어쩌다 한번 생각나면 어머니에게 예전에 부탁하면 해주셨고
내가 좋아하는 왕갈비....뜯고 맛보고 잇빨사이에 끼고..그래도 먹는다 친구들하고...
왕갈비 먹는날이 곧 행복한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