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주말 차량 운행 전면 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01

봄날은 간다.


BY lala47 2015-04-29

아파트 정원에도 거리에도 철쭉이 만발이다.

연녹색의 나무들이 날로 초록으로 향해 가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아이들이 아빠네 집에 가서 일박하는 주말이라 좀 한가하게 쉬려는데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도 좀 오시면 안돼요?

혼자서 아이 둘을 건사하기가 힘이 드는 모양이라 그러마고 했다.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윤지의 제안에 서오릉 갈비집에 가서 저녁을 푸짐히게

먹었다,

윤지는 정말로 돼지 갈비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끝없이 먹는 모습을 보며 아들과 마주 보며 웃었다.

 

“할머니는 왜 우리 아빠 집에서 자는거야?”윤하의 질문이다.

“우리 아들집이니깐.”

“그래?”

 

좁은 오피스텔에서 네식구가 일박을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파주에 있는 농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염소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윤지는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코를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 할머니... 윤하는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이 모든 모습들이 아들의 핸드폰에 찍혀지고 있었다.

 

치즈를 만들고 피자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소 젖을 짜는 방법을 배우고 윤지가 시범을 해본다,

윤하는 소 근처에 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소 냄새 싫어.. 연상 코를 잡고 있는 윤하 때문에 웃었다.

 

손주들을 바라보며 늙어 간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지난 해에는 천정에 새는 비를 걱정해야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도 없는 아파트로

오게 되었음을 감사한다.

늙는다는 것은 욕심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는 것 같다.

좀더 절약하고 살았더라면 조금 풍요로운 노후를 맞았겠지만

지금의 가난도 그리 크게 불만스럽지않다.

풍요로우면 또 다른 걱정이 있겠지..

 

늙어 가는 것이 맛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초등학교에 가서 급식 일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고모님댁에 가서

고모와 화투도 치고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지낸다.

초등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천사다,.

그 천사들을 보면 진심으로 웃을수 있다.

 

매일 매일이 짜여져 있으니 글을 쓸 시간이 별로 없고 피곤해서 곯아 떨어지기 일수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단순 무식한 생활 그 자체다.

그 속에 평화가 있고 행복이 있음이 어쩌겠는가.

철쭉이 지고 나면 찔레가 필 것이고 라일락도 향기를 뿜어주겠지.

그리움도 없고 기다림도 없는 빈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