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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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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개팅


BY 마가렛 2015-04-09

띠딩~~

카톡소리에 폰을 열어보니 익숙한 이름이다.

퇴근하고 잠깐 보고싶단다.

그~~래~~

퇴근하면서 생각해보니 카톡의 주인공이 내일 생일이다.

갑자기 선물 살 만한 곳도, 시간도 안되서 어쩌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 지나가다 본 꽃이 생각났다.

빠른걸음으로 꽃집에 들려 예쁜 봄의 요정인 꽃'캄파눌라'화분을 두 개 바구니에 담아서,

아니 담아있는 꽃을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봐도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약속장소에 가니

센스있는 그녀는 벌써 내커피까지 주문하고 있었다.

꽃바구니를 건네니 놀란다.

"내일이 그대 생일이자노.."

"응? 나도 몰랐는데... 감동이야.."

바쁜 고3아들도, 떨어진 남편도 기억 못할꺼라며 매우 기뻐하는 그녀를 보니 나또한 즐거웠다.

좋아하는 그녀가 웃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치과에 다녀온 그녀의 웃음이 너무 어색했기 때문이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이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꽃이름을 가르쳐 주며 꽃말이 따뜻한 사랑이라고 알려주니 폰을 열어 적는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조금 후면 꽃 이름을 잊어버려서 안된다나?

맞는 말이다. 이제 우리나이가 슬슬, 가물가물 거리는 나이다.

10분쯤 지나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나 꽃이름이 입에서 가물거리는데 선뜻 나오질 않는다는 그녀 말에

또한번 둘이는 웃었다.

 

그녀와 나...

학교 친구도, 사회 친구도, 동네 친구도 아닌 온라인으로 맺어진 친구다.

서로의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 번 만난게 벌써 8년 전 일이니

우리사이가 보통사이는 아니다.

처음에는 그녀가 우리동네를 일주일에 몇 번씩 와서 차도 마시고 밥도 함께 먹었었다.

그리고 문화생활도 함께 즐기고, 산책도 많이 했었다.

지금은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벙개팅을 하면서 친하다는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난다.

전철역 티켓팅하는데 까지 배웅하면서 서로 가볍게 포옹하며 또 벙개팅하자며

굿바이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봐도 즐겁고 이야기 주제가 많은 우리사이

짧게 보는 시간도, 길게 보는 시간도 그냥 그녀와의 만남은 '해피' 그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