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았지만 나무가 무성한 게 좋아 처음으로 장만했던 내 집.
2년 산 게 뭐 그리 대수라고 팔지도 못한 집.
지방에 내려와 직장생활 하느라 재건축에 관심도 가질 새가 없었던 집.
그 사이 조합이 결성되어 재산권 행사도 못하게 된 집.
총회를 통해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로 선정이 되고,
지분제 계약 하에 이주와 철거는 시작되고.
다들 입에 웃음기를 흘리며 흐뭇해했어.
한데 웃음은 거기까지였어.
철거 시작 얼마 되지 않아 도급제로 변경해달라며 공사를 중단하고,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재건축은 시간이 돈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총회를 열었어,
과반 수 조금 넘는 조합원이 찬성
계약은 변경되고 공사는 다시 시작 됐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한데 또 다시 총회 책자가 날아왔어,
중요계약을 변경할 경우는 3분의 2 이상 조합원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문제였어,
조합원들에게는 쉬쉬하고
조합집행부와 현대산업개발의 3분의 2를 채우기 위한 꿍꿍이로 열린 총회였어.
결국 3분의 2를 넘긴 조합원들이 찬성이 있었다나.
그 다음부턴 모든 게 현산 뜻대로였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어느 날 추가 분담금이라며 지분제에선 없었던 거금을 내라는 압박은 시작됐어.
그리고 조합은 산산조각이 났어.
집행부가 해임되고 새 집행부가 들어섰어.
줄줄이 소송이 진행되고,
1심 패소,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2기 집행부에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분열,
집행부와 조합원 남편이자 1심을 맡았던 변호사를 주측으로 한 반대파로.
물고 뜯기는 소리가 문자며 소식지로 날아들고,
집행부 해임총회를 하더니 30여 분 만에 총회를 끝냈다는 글이 홈피에 올라오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는 집행부가 해임됐다며
변호사와 조합원 몇 명이
조합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무단점거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속속 올라오고
조합임원까지 강금하더니 내보낸 후 사무실을 무단으로 차지
해임됐다는 건 거짓이었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2심 재판 승소소식이 날아들고,
싸움은 점점 더 험악해져갔어.
작년 말 총회를 열어 조합장을 해임하고
박 아저씨가 조합장이 됐다고,
이젠 이사진 해임 총회(4월 11일에)를 열겠다고
현산에서 1억씩을 받아내 주겠다고 큰소리 치고.
1억에 혹해서 조합원들 마음은 흔들리고,
아마 작년 말 총회 때도 그랬겠지.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이건 아니다 싶어 홈피에 반댓글을 올리기 시작했어.
조합원 남편이라는 변호사 두 번 전화해서는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하더군.
그러라고 했지.
그리곤 반대하는 글을 홈피에 올렸어.
삭제해버렸더군.
다시 올렸지.
또 다시 지우더군.
올리고 지우기를 열댓 번
그래도 멈추지 않고 올렸더니 글을 못 올리게 막아버렸더라고.
변호사 조종을 받는 관리자(조합장인지 아님 변호사 누나인지)가 그렇게 했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새벽에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어.
그리곤 일말의 기대감으로 당황할 모습을 생각해봤어.
한데, 낮에 총무이사와 통화를 한 후 희망은 시들해졌어.
수없이 그래봤지만 이리저리 내치기만 하지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나.
명퇴를 하고 장만한 밭에서 옥수수 씨앗을 파종하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더군.
그래서 변호사가 그렇게 황야의 무법자로 군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가슴이 시리고 아프더군.
대한민국이 내 나라라고,
그 나라 아끼고 아끼겠다고
풀 감당을 할 수 없으니
비닐멀칭 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도 듣지 않았어.
35~6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한 여름에도 호미 들고 풀을 뽑았어.
그렇게 지난여름 내내 밭에서 살았어.
그런 내가 왜 그렇게 바보처럼 되살아나는지.
내 가슴 밑바닥부터 아픔이 퍼지기 시작했어.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현대산업개발에 휘둘려 만신창이가 되고
변호사의 꼭두각시, 스스로를 갑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장의 ‘갑’질에 뼈가 으스러진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세포 하나
썩어 문드러지느라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한민국이 썩어 문드러지느라 끙끙 앓고 있다.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나랏님도 돌보지 않고,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나 몰라라 한다면 누굴 믿어야 하나?
무법자가 판을 쳐도 그냥 지켜만 보는 나라, 대한민국.
그동안 수없이 겪었던 비슷한 일들이 되살아나고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 덧나기 시작한다.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시리게 아프다.
대한민국, 너는 아직 괜찮은 건지, 견딜 만한 것인지?
이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이라는 게 가슴 시리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