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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밥 해먹는 날


BY 나된다 2015-03-06

요즈음 독거노인 현황조사로 인하여

정신이 없다.

구역별로 나누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어른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와 사회활동과 이웃과의 왕래정도, 질병의 유.무 등등을 파악하는 현황조사이다.

다른 조사에는 많이 참여해 보았으나 독거노인 현황조사는 처음이고

대상자 한분 한분을 직접만나 확인까지 받아야 완성되는 작업이다.

현장에 나가보면 대부분 집에 계시지 않아 처음에는 방문스티커를

부착하고 전화가 와 주길 기대해 보지만

방송매체에서 전해지는 세상의 안좋은 일이 많은 세상에

굳이 연락까지 해주시는 어르신은 거의 없어 재방문하고

또 다시 가게 된다.

이런일들이 반복되어지고 있는 요즈음.

몸은 힘들어도 일년에 단 한번 있는 보름밥을

해먹는 날

몸은 지쳐서 쓰러질 듯 해도

보름밥을 맛있게 해먹으라는 마트의 전단지를 무시하지 못하고

나의 발길은 마트 안에 있었다.

조금씩 담아놓은 잡곡들을 가지각색 잡곡이

6개 골라 2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세일에

잡곡, 땅콩, 콩나물, 시금치, 곰보, 김, 계란, 어묵, 옥수수콘, 겨울초, 파래, 두부, 이 외 다양한 물품을 구매하고

배달까지 부탁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니 저녁 7시.

외출복부터 바꿔입고

부엌 씽크대 앞 내 자리에 서서

보름밥을 해 먹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가족들은 아직 아무도 안 들어온 상태

가족이 오기전에 밥을 완성한다는 목적으로

피곤을 잊으려 애쓰며 참 부지런히 밥을 앉혀놓고

배달이 오기를 기다려

배달된 것 중에서 야채부터 꺼내어

씻고, 삶고, 무치고를 반복했더니

콩나물과  시금치무침, 파래무침이 완성되고 곰보무침과 쌈, 브로콜리데침과 어묵 볶음이 완성됐다.

요술방망이도 아니고, 내가 직접하면서도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금방 뚝딱뚝딱 만들어 놓으니 그럴듯한 보름밥 한상이 차려졌다.

콩나물, 시금치나물, 파래무침, 곰보, 브로콜리데침, 어묵볶음, 콩나물국까지~~^^

뿌듯한 마음에 가족에게 전화를 하니

모두 저녁 먹고 온다나

"헐"

"그래, 이 보름밥은 요즈음 수고한 날 위해 준비한 거야"

TV앞에 상을 펼쳐놓고

수고한 나를 위해 한 상 멋지게 차려 놓고 미리 귀밝기 술까지 한잔 하면서

2015년 나의 건강을 위해 기원하며

맛나게 먹었다.

술한잔에 취했는지

왜그리 슬퍼지나

난, 요술방망이 처럼 차린 보름밥이

맛있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