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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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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방앗간에서 생긴 일


BY 그대향기 2014-12-23

 

 

25일 성탄절 준비로 바쁜 하루였다.

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에서 그 날 오시는 마을주민들 반찬사랴~

선물로 드릴 팥시루떡 주문하랴~

모시는 할머니들 식사준비하랴~

칼바람을 맞으며 동동거렸다.

오늘의 시장통 복장은

커다란 털신에 두꺼운 앞치마에 누비바지에 패딩잠바

눈밭에 굴러도 안 얼어 죽을 완벽한 복장이었다.

추울 때는 그저 남 눈 의식하기 보다는 내 실속차리는게 최고지 암만.

 

그런데 일은 떡방앗간에서 일어났다.

20kg 쌀 한 푸대와 찹쌀 반 푸대를 들고  떡방앗간에 들어가서

방앗간 주인한테 이러저러한 팥시루떡을 해 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할머니 한분이 놀라면서 넘어가는 웃음을 웃는게 아닌가?

"아이고~나는 남자가 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여자네여자~

 우짜머 걸음걸이까지 씩씩한게 남자같노.

 머리는 짧제, 옷도 시커멓고 덩치도 듬직하니..

목소리 안 들어봤으마 영판 남자라 카겠네...아이고 깜빡 속았네. 걀걀걀...."

 

그 말을 듣던 방앗간 주인 아저씨

이 바닥에서는 소문난 심통쟁인데다 무표정의 대표주잔데 껄껄껄 넘어가신다.

아저씨 얼굴 보고는 떡 하러 안갈건데 다른집보다 떡이 맛있다고들 찾아가는 방앗간이다.

안주인도 한창 시루에 떡을 앉히다가 허리를 반으로 접어 웃는다고 일을 못한다.

"우짜꼬....하이고 배야...에헤헤헤헤헤."

아주 얼굴까지 벌~게서 웃는다.

아저씨는 떡쌀을 빻다가 웃느라고 쌀 밀어 넣던 작대기를 놓치기까지....

십년 가까이 그 떡집을 드나들어도 아저씨가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오늘 처음 봤다.

"그러게 다음부터는 샤방샤방한 치마라도 입고 다니셔야겠심더.걀걀걀......'

 

처음 나보고 남자라고 했던 할머니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정정하느라 바쁘다.

"앞에보고 말소리 들으니 영판 여자구마는 미안심더.

 젊은 새댁이한테 하이고..세상에나..이런 실수가..나이들어가 눈이 침침해가지고..

 그래도 뒤태만 보마 영판 남잔기라요.으허허허허허..."

곁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만 있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행님아 주문 다 했으면 그만 가자. 으하하하하하..."

남편은 이런 반응이 아주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뭐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닐텐데....

당사자인 나도 재밌는데 지켜보는 사람은 오죽할까?

"그럼 돌아 가세나 동상.큭큭큭...."

아직도 뒤에서는 떡집 주인들하고 할머니는 웃는라고 야단이다.

떡집 문을 나서기 전에 나 또 한마디

"오늘   아저씨 실컷 웃게 했으니 떡삯은 공짭니다~

 아니면 보약값 주시든지요.헤헤헤헤"

아저씨는 그 때까지 웃느라고 대답도 못한다.

몇살까지 이런 말을 듣고 살아야 할런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데 남편이 불쌍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에 씻기 위해 두꺼운 겉옷을 벗는데 남편이 그런다.

"내 눈에는 천상 가녀린 여잔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가 보네...

 누구 눈이 더  정확한거야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