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이 친정엄마의 기일이었다.
그날 낮에 까지만 해도 처가에 간다고 대답을 했던 남편이다.
근무시간이 지나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친정에 갈 준비를 하던 내게
남편은 낮과는 다른 마음을 슬쩍 비추었다.
"내일 이른 아침에 할 일이 많은데..."
"그래도 간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안 간다고 해?"
"안 가고 싶어졌어."
"그럼 더 기다리기 전에 오빠한테 전화 넣어요."
낮 근무를 마치고 최대한 일찍 출발해도 저녁 7시
2시간 달려서 친정에 가면 밤 9시
오랜만에 만난 오빠들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케 음식 하는 거 좀 도와 주고 오빠들 하는 제사 지켜 보다가
나와 남편은 곁에서 기도하고 동참했다가 되돌아오면
일찍 와도 새벽 2~3시쯤.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해야 할 업무가 많다보니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친정집에 가자고 쉽게 이야기 하기가 좀 그랬다.
그 전날 막내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엄마 기일에 올 수 있냐고.
아버지 기일에는 행사가 있어서 참석을 못했기에
엄마기일에는 가고 싶었다.
같은 엄마를 둔 친정오빠들하고 할 이야기도 있고
올케들하고도 사는 이야기도 할겸 가려고 했었다.
친정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휴가 때나 명절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일을 만들어 갔었는데 엄마가 안 계시니 가야 할 일이 있어도 안 가게 된다.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의 남편이라고 오빠들이 아껴주고 사랑을 많이 줘도
장모님의 극진했던 사랑에는 못 미치는지 남편은 처가에 덜 가려 한다.
그러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굳이 가자고 조르지도 않는다.
우리가 가면 식당 일을 마치고 늦은 퇴근 시간에도 온갖 해산물이며 갈비까지 준비해서
상이 비좁도록 밥상을 차려 주는 올케다.
아무리 늦은 밤에 도착해도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을 먹는 오빠다.
그런데도 엄마가 차려 주시던 짭쪼롬한 된장찌개나
텃밭에서 기른 상추와 풋고추 몇개
갓 자른 싱싱한 부추에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 먹던 밥에는
비길 맛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잘 먹고 오는 듯 하면서도 헛헛하다고 했다.
배가 덜 차서 고픈게 아니라 사랑이 고팠던 남편.
장모님 가신지 벌써 3년이 지났어도 장모님앓이를 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알기에 친정에 안 간다고 서운한 마음을 비치지도 못한다.
"그래..그럼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겠다고 전화해요."
그러고 말았다.
전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 오던 오빠의 서운한 목소리
"뭐...일이 있는데 어쩌겠나?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오빠는 비가 오거나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오지 말라고 했다.
밤에 날이 추워 눈이 얼거나 비가 노면에 살얼음으로 변하면
차가 밀리거나 미끄러지면 큰일이라고 단단히 일렀었다.
엄마 돌아가시고 친정 걸음이 점점 줄어든다.
오빠네가 덜 반기고 서운하게 하는 것도 없는데 그렇다.
오히려 엄마 살아계실 때 보다 더 살갑게 챙겨줘도 그렇다.
그냥 ...그냥 엄마가 없는 친정집이 텅 빈집 같다.
남편이 안 가자고 해도 전혀 안 서운하다.
오빠만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