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문을 열어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눈이 하얀 눈이 온통 하얗게 덮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보는 폭설이었다.
어제부터 흩날리던 눈발이 모아 모아서 거의 30cm 이상으로 쌓였다.
사람들이 눈 속에 발이 빠지지 않으려 남이 걸었던 자국만 따라 걸으려고 넓은 길에서 한 줄을 섰다.
약국을 가면서 눈 쌓인 곳마다 보면서 아이처럼 우와. 우와만 외쳤다.
목화 솜이불 두 채의 높이로 솜을 타 놓은 듯 곱기도 했다.
나무위에도 차 지붕 위에도 받쳐지는 모든 것들마다 위에 하얗게 쌓여 있었다.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 만들고픈 동심에 손을 뻗었지만 한 줌 집어 허공에 뿌리는 걸로 만족했다. 때가 아니어서.
도로와 인도에서 눈삽이며 비를 들고 남녀 공무원들이 눈 치우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애쓰신다고 수고 많이 하신다며 인사 하고 지나는데 덥석 내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하시는 분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동에서 뽑힌 시의원이라 했다. 이런 날에 동민을 위해서 애쓰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길 한쪽으로 밀어 모아 쌓아놓은 눈높이가 짐작으로 내 키의 반은 될 것 같았다. 정말 놀라운 폭설이었다.
어떤 아저씨가 커다란 고무다라이로 눈을 퍼 가지고 나와서 버리는데 하하 웃음이 나왔다. 눈치 없이. 하여 민망해서 얼른 지나쳐 가면서 집안에 그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느냐고 들릴 듯 말 듯 물으며 걸었다. 물론 대답은 못 들었다.
첫 발령을 섬으로 간 딸에게 거기도 눈이 많이 왔느냐고 문자를 보냈다.
그 쪽 사진으로 대답을 해왔다.
세상에 만상에. 온통 눈 세상이었다. 섬에는 눈이 쌓이는 일이 흔하지 않다고 하더니만.
주말에는 눈이 다 녹으려나. 우리 딸 얼굴 보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