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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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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


BY 새우초밥 2014-12-03

 

 

   새벽부터 불어오는 찬바람이 아직까지 날이 밝지 않았지만 바람 때문인지 몰라도 

   어둠 넘어로 보이는 나무들의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어느 여인이 고궁 담장밑으로

   낙엽을 사각사각 밟아가는 소리처럼 들리던 어제 화요일,

   바람소리에 새벽에 잠시 일어나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바림이 들어오는 공간을 찾아

   거실로 나가보니 베란다로 통하는 거실문이 조금 열려있기에 닫고 돌아오는데

   TV 테이블 바로 옆에 작은 그릇안에 빨간 홍시 5개가 각자의 주인에게 선택되기를

   바라고 있는지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것을 보고는 아침에 너를 다시 만나러 올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하고 다시 내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처음으로 옷장안에서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고는

   외출을 위하여 나올때 새벽에 보았던 홍시가 눈에 보이고 먹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나중에..저녁에 홍시를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정하고 나왔습니다.

   한참 걸어가면서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홍시 생각이 얼마동안 머리속을 지배했는지

   시장을 통과하면서도 평소 눈에 익은 과일가게를 지나가면서도 홍시가 선명하게 보이는것이

   아무래도 홍시를 너무 좋아하나 봅니다.

 

   초등학생시절 시골에서 혼자 있을때 한번은 시골 집안 행사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오시고 읍내에서 1시간만에 한대씩 출발하는 버스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멀리서 들려오는 차 소리만 들어도 그차가 버스 올라오는 소리인줄 알고 어디쯤 달려오고 있는지

   먼지를 펄펄 날리고 50미터 떨어진 정류장에 정차를 할때마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혹시나 내리지 않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건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것이고

   한번은 오후 늦게 버스 올라오는 소리에 나가보니 어느 한 여인이 내린다.

   그런데 건너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곧장 내가 서있는곳으로 내려오는 그 여인이 선명하게

   어린 나의 눈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보인다.

  

      "혹시 너가.....맞지?"

 

   누굴까 나는 처음보는 꽃바람을 몰고 다가 온 여인이다.

   화사한 얼굴에 풍기는 향기는 나를 자꾸만 바라보게 하고 그 향기가 그때는 화장품 향기인지

   전혀 몰랐기에 내 손을 잡고 시골집으로 데리고 가는데 손이 따뜻했다.

   여자에 대한 상상이 하얀 도화지 밖으로 흘러넘쳐나는 순간이고 뒷모습 또한 후회없는 모습이다.

   할머니는 나에게 사촌 누나라고 소개시켜주었고 조금 열려있는 하얀 브라우스 안으로 보이는

   살결이 얼마나 고운지 마치 밤 하늘에 빛나는 은하수 같았다.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큰방안에 온갖 물건들을 보관하는 벽돌 서랍안에서 빨간 홍시 3개를

   쟁반위에 올리고는 사촌누나에게 갖다 드리라는 말씀에 가져다 드리니까

   껍질을 벗기고는 홍시를 드시는데 그 모습 또한 아름다운 사촌 누나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하고는 12살 연상인 사촌 누나는 20대 초반이기에 여자로써는

   정말 아름다운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홍시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이쁘게 보이고 시골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태가 아깝다.

  

        "홍시가 이쁜데 사촌누나까지 이쁘게 보여요."

   

    장난삼아 홍시의 반질반질한 모습을 보면서 사촌누나의 손등은 어떨지 궁금하기에

    한번 손가락으로 밀어보니 정말 반질반질하고 그런 나의 장난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보이면서 바라보는데 빨간 홍시가 사촌누나의 빨간 얼굴처럼 내 눈에 이쁘게 보인다.

    그리고 몇일 후 들리는 말로는 사촌누나가 어느 산골마을의 어느 집으로 시집을 갔다는

    소문에 확인해보니 나를 만났던 그날이 바로 사촌누나가 선보는 날이였다.

    그렇게 어린나의 가슴에 한바탕 태풍처럼 파란을 일으키고 사라진 사촌누나를 다시 본것은

    23살시절,

    내가 한참 대구에서 혼자살고 있을때 작은 할아버지의 딸, 나에게는 고모뻘되는 그 사람들하고

    대구의 어느 시장으로 오랜만에 만나러 갈일이 있기에 갔는데...

    가난하게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흐름한 방 2개가 붙어있고 부엌이라고는 차마 부엌으로 말하고 싶지않는 공간이 있는 그런

    신발가게에서 사촌누나를 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사는지 마음이 슬펐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누나는 30대 중반이고 시골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서 고생한

    흔적이 어렵지않게 보이고 냉장고안에서 꺼내 온 괴일이 마침 홍시였다.

    홍시를 보고 있으니 그 옛날 사촌누나를 만나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추억이 생각나고

    홍시를 먹기는 했지만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룻밤을 그 집에서 보내고 다음날 나오는데 사촌누나는 나에게 홍시 몇개를 가져가라는

    말과 함꼐 자주 오라고 했지만 내 마음은 편안하지 않으니까 말이 나오지 않고

    다음에 올께라고 말을 남기고 한참 걸어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 사촌누나도 중년의 여인이 되었을것이고

    어떻게 변해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