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
어디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처럼 청아하게 나의 귓속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시작되면
어느 연극무대의 커텐이 열리고 연극배우들의 혼신을 다하는 연극처럼 나의 귀에
청아하게 들려오는 보일러 연통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오랜시간동안
기다려 온 사람을 반기듯이 유일하게 도시와 시골에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비오는 풍경을
한없이 감상하고 있으면 제일 먼저 시골 기와를 타고 흘러내리는 비가 원을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그 모습부터 바라보게 되는것이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꼭 잡아두는 이쁜 아기를 보는것 같다고 할까요.
비오는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하나가 큰 우산은 아니지만 작은 우산 아래서
연인들이 우산쓰고 걸어가면서 여자가 남자에게 의지하게 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서로 밀착되어있는 느낌에서 받을 수 있는 매혹이 또 있을까.
그리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둟려있는 우산을 통하여 별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을
노래했다는 말에 어느날은 어느 건물 앞에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우산을 쓰고 있을때
멀리서 누군가 뛰어 들어오면서 저기 가까운 역전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물어보는
이름모를 여인이 우산속으로 찾아들것 같은 그런 상상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때
역전에서 오랜만에 보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우산을 벗어던지고 힘잆게 안아볼때
비내리는 가운데 우산이 바람에 날려가도 마냥 즐거운 만남속에서 때로는 빠른 속력으로
지나가는 열차의 기적소리에 현실로 돌아오는 역시나 상상이였구나 싶은 애절함에
우산을 쓰고 역 광장을 빠져 나갈때의 마음은 쓸쓸히 내리는 비도 알고 있지 않을지
언제부터인가 비내리는 풍경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도 어린시절 시골에서 사람들이
논과 밭으로 전부 출타하고혼자 외로움에 빠져서 시골 신작로를 타고 1시간만에
한대씩 올라오는 시골버스가 정차하면 혹시 내 아는 사람이 내리면 좋겠다는 마음과
시골 대청마루에서 한 여름 낮에 쏟아지는 세찬 빗줄기를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다보니
어린 나의 심적인 갈등이 비오는 풍경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전 단독주택에 거주 할때 비 내리면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려고
물감들을 준비하는 화가처럼 비오는 풍경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작은 방의 부엌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방문턱에 앉아 누군가 밑줄을 긋고 있는
빠른 손놀림을 보고 싶어서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비 내리면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지만 나는 왜 그렇게 비내리는 풍경을 좋아하고
매료되어서 우산을 쓰고 가는길에 어깨 한쪽이 비에 젖을지라도 빗소리가 청아한 음악소리처럼
귓속으로 들려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것 같다.
그리고 빗소리는 어느 애로 영화에서처럼 차안에서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남여를 살뽀시
안아주는 분위기로 이끌어주듯이 아마 내 나이가 지금보다 더 들어갈지라도
비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마음은 영원불멸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