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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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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기일


BY 그대향기 2014-11-23

 

 

 

거울 앞에서 서글퍼진다.

세월의 흔적들은 온 몸을 뒤덮었는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눈가의 잔주름

거뭇거뭇한 잡티들

탄력을 잃어버린 피부

여기저기 나와 상의도 없이 동거 중인 뱃살들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한 근육들

트고 갈라진 발 뒷축.....

 

당연한 변화지만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노려본다.

넌 누구니?

희끗희끗한 머리칼은 푸석푸석하고

늘어 난 눈꺼풀은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더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세상을 더 작게만 보고 싶은건지.

세월이 아까워서 더 많이 봐야 할건데 더 작아지고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거짓이 없다.

 

우리 엄마도 내 나이 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싶다.

가정을 안 돌봤던 아버지 때문에 5남매 거둬 먹이기도 바빴을 엄만데

언제 잔주름타령에 망가져 가는 몸매 타령을 하기나 하셨을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을 엄마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 싶으면 깊어가는 밤에 안식이 아니라

밝아 올 내일이 더 두려웠을 것  같다.

 

날만 새면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생활전선으로 나가야 했고

철없는 자식들은 한 여자의 삶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의 자리만 지키라 했을 뿐 키 작고 연약한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한푼이라도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뛰어 들었고

해지기 전에 다른 집처럼 굴뚝에 연기를 피워 올리려 얼마나 피눈물로 사셨을 엄마

마른 콩대궁을 아궁이에 분질러 넣으면서 혼자 흘렸을 엄마의 눈물

나는 남편을 도와 3남매를 키우기도 벅찬데 엄마는 혼자서 5남매를 어찌 키우셨을까?

 

엄마 기일이 다가온다.

초겨울 김장을 막 시작하려던 이 맘 때쯤이었다.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엄마를 보내 드려야만 했다.

잘 있어라 잘 가세요 인사도 없이 엄마 혼자 일방적인 이별이었다.

호강다운 호강 한번 시켜 드리지 못하고 내 삶에 바빠 아등바등거리다가 엄마를 보내드렸다.

지금의 나처럼 둘째 딸과 여행을 꿈꾸며 들떠 보지도 못하고 엄마는 가셨다.

외동딸의 집에서 편히 쉬어보지도 못하시고....

 

그런데 참 이상하다.

엄마산소에 가기가 싫다.

장례식 끝나고 엄마를 찾지 않았다.

친정에 갔어도 엄마 산소는 발길이 안 가 지는게 이상하다.

나도 그렇지만 엄마 살아생전 그렇게 잘 해 드렸던 하나 사위인 남편도 그렇다.

휭~하니 처갓집에만 잠깐 들렀다가 돌아오고만다.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섭섭하지가 않다.

그냥 무덤덤하다.

 

엄마가 정을 다 떼 버리고 가셨는지...

올해는 엄마 기일에 행사가 잡혀 있다.

공적인 행사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미루고 말고 할 일정이 아니었다.

불효는 엄마 살아생전에도 많이 했지만 이번에도 그렇네.

괘씸죄에 걸리기야 하겠냐만 엄마 많이 섭섭하시겠다.

행사 끝내 놓고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엄마한테 한번 다녀와야겠다.

솔가지에 부는 겨울 바람에 의지해서 내 울음소리도 감추어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