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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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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작이라도 걱정


BY 그대향기 2014-11-12

 

 

 

요즘 단감이 너무 싸다.

먹는 우리야 좋지만 농사 지으시는 분들은 힘이 다 빠질 것 같다.

인건비는 비싼데 농작물은 너무 싸니 타산이 안 맞다.

작년 같으면 10kg 한 박스에 만오천원이나 이만원을 한 것 같은데 올해는 단돈 만원이다.

올해도 아주 상품은 그렇게 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것은 만원이면 충분하다.

오늘 머리를 손 본 미용실에서는 13kg 푸대에 6천원.

종이박스에 안 담고 비료포대에 담아서 더 많다면서 단돈 6천원만 달란다.

열어 보지도 않고 딸아이와 먹는다며 한 푸대를 사 들고 왔더니 의외로 감이 좋다.

요즘 아이들 먹는 아이스크림 하나도 2천원은 줘야 하는데 단감 13kg에 6천원....

 

올 해 쌀 농사도 잘 되어 작년보다 평당 수확량이 많단다.

사과도 풍작이고.

무배추 등 김장거리도 다 풍작이다.

그러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 농민들은 울상이다.

농사가 너무 잘 되어도 값이 하락해서 작업비도 못 건지는 형편이라 기계로

갈아 엎어 버린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 TV에서도 알배기 배추를 트렉터로 갈아 엎는 화면이 나왔다.

곧 김장철이라 출하 될 배춘데...

 

봄 철에 양파도 그랬다.

작년에는 양파값이 내가 이 동네에 오고 제일 비쌌던 거 같다.

올해는 또 대풍이라 값이 폭락.

해마다 농작물 값이 시소게임이다.

올해 값이 좋았다면 내년에 더 많이 심어서 대풍이면 또 내릴거고.

농사가 잘 되더라도 농민이나 소비자가 다 같이 부담없는 거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턱없이 비싸지도 말고 또 너무 어처구니 없이 싼 가격도 아닌 적정선.

농민들은 땀과 노력의 댓가를 가져가고 소비자는 억울하지 않게 먹거리를 장만하는

그런 착한 가격이 이루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야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니 모든 농산물을 다 사 먹어야 하는 소비자다.

가격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마음이 편칠 못하다.

농촌에서 20년이 넘도록 살다보니 농민들이 흘리는 땀과 수고를 가족처럼 보고 산다.

농번기 때는 꼭두새벽부터 어둑발이 내려 바로 앞에서 일하는 아내나 남편이 안 보일 정도까지 일하는 농민들이다.

가을걷이가 끝났을 때 이런저런 농자재 값을 다 빼고 땀의 수고비도 남아야 되는데

요즘처럼 농작물 가격이 너무 싸면 본인의 수고비는 뒤로 하고라도 일꾼들 인건비 줄 돈도 안 나올 형편이라고들 한다.

몇 손 거치게 되면 가격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이 동네 단감값은 아주 싸다.

따는 수고비도 안 나올 정도로.

 

황금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단감 13KG을 6천원에 샀으니 기분은 좋은데

단감 농사를 지은 분한테는 어째 미안한 마음이다.

남편이 그런다.

할머니들 겨울에 감기 덜 하시게 한 푸대씩 선물해 드리자고.

어묵 한 꼬지도 5백원이고 멀건 밀가루 물반죽으로 구운 붕어빵도 4~5백원데

세상에 단감 13KG이 6천원이라니 내일 당장 10 푸대를 주문하잔다.

목욕 갔다 오는 길에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해 드린 셈 치자며.

딱 짜장면 한 그릇 값이다, 정말.....

그 덕에 올해는 단감을 실컷 먹어 좋긴하다.

값이 싸더라도 빨갛게 나무에 달린 체 까치밥으로 버려 두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까치밥은 꼭대기 몇개만 남겨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