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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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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쓰는 편지(7)


BY 편지 2014-11-03

11월은 듬성듬성 슬픔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슬픔이 뒹굴고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 길을 걷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몇 장 찍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선택해 사진을 보냈지만

슬픔은 하루 종일  쉽게 거치질 않았다.

 

11월은 나뭇잎처럼 살아있음의 아름다움과 살아있음의 미련이 남아 있다.

가을이 물든 나무가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고 너무 아까워서 슬프다.

내 얘기를 하품으로 대답하던 네 생각에 슬픈 건 아니다.

처음 너를 만난 던 순간과 처음 이별을 느낀 순간을 난 기억하지 못한다.

내 기억에 처음 사랑을 느낀 순간은 없어지고,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은 하게 된 것이 가을이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그만큼 난 널 믿지 못했으면서 난 감정에 중독되었고

그리고 이별이 옴은 알고 우린 남남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너에게

단풍 예쁘게 든 곳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넌 단호하게 어디가 예쁜데, 난 어디가 예쁜지 모르겠는데.” 싸가지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난 그때 결심을 했었다.

단풍 여행도 못 갈 사람하곤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겠구나.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릴 적에 서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11월이 되고 나이가 보태질수록 이해의 폭은 넓어지지 않고 좁아지는 것 같다.

내 자격지심에 그런지는 모르겠다. 갈수록 사람을 믿을 수가 없고, 진심을 알 수가 없고,

이 사람이 날 이용하기 위해(내가 이용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정하게 대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신만 쌓인다.

 

특히 감정에 중독된 상대는 더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내 경험으론 감정이 생길수록 왜 저 사람은 나에게 저렇게 밖에 말을 못할까

날 좋아한다면서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날 좋아한다면서

가을날 하루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철없는 아이를 쳐다보듯, 현실이 어떤지 보면 모르냐는 식으로

여행은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냐며 내뱉어야만 했을까.

(개도 풀을 뜯어 먹는다. 뭔가 영양이 부족하면 풀어 뜯어 먹는다고 한다.)

 

몇 달 뒤 너에게 문자가 왔다.

나와 헤어지기 싫다고 적혀있다. 나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첫사랑이고 마지막사랑이란다.

(지랄하고 있네, 첫사랑은 무슨 만나는 여자마다 첫사랑이겠지)

사랑? 난 믿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사기꾼이란 말은 아니다.

너를 좋아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날 좀 더 이해하고...어쩌구저쩌구

결론은 자기 편한대로 나를 만나고 싶다는 거였다.

그 놈의 남자 때문에 밤새 잠을 못자고 밥알이 모래알 같은 적도 있었지만

난 고기반찬을 해서 밥도 잘 먹고 맘모스 빵도 정말 맛있고

11월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본다.

반쯤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랑 반쯤 나무에 걸린 나뭇잎이 정말 예쁘다.

비어있는 나뭇잎만큼 듬성듬성 슬프지만 우린 헤어지길 잘했다.

그게 가을이었고, 비온 다음날이었고, 여행을 가고 싶은 날이었지만...

 

마음심이란 한자는 글자 획이 모두 떨어져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한곳에  정착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난 왜 이렇게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홀로 이렇게 슬퍼하고 심란해 하는 것인지.

참 인간은 나부터도 너 부터도 이별 앞에선 이기적이 된다.

또한 돈 앞에서도 나만 불이익을 당한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참 나는 악하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악마적으로 변하는지 알 길이 없다.

마음심 자처럼 한곳으로 머물지 못하고, 내 팔자는 나그네처럼 집시처럼 떠도는 건가보다.

참 청승맞다.

 

지구별 중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이 계절이 여섯 달만 멈춰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구별의 가을은 버릴 줄을 안다.

나도 11월엔 버려야 할 건 버려야겠다.

너도 좀 버려라 그렇게 움켜지고 산다고 빌딩부자가 되는 건 절대 아니더라.

너와 헤어진 지 벌써 삼년. 세 번의 가을이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