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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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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리고 여자


BY 새우초밥 2014-10-29

 

 

   아파트벽 밖으로 돌출되어있는 보일러 연통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어둠속에서의 정적을 깨우는 그 소리는  마치 유리컵 몇잔에 물을 붓고 연주하는

   그런 청아한 소리처럼 베란다로 연결되는 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어둠속에서 내리는

   가을비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관리실 위에서 홀로 아파트 마당을 비추는 가로등 안에서 보이는 빗줄기가

   어둠을 적시고 또 적신다.

 

   비가 내리는날이면 나는 눈내리면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애인을 만난 것처럼

   왜그리도 반가운지 어떤 이는 비가 내리면 우울하고 기분이 축처진다고 하지만

   나는 정반대로 비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같이 비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면 좋겠다면서 전화를 할것이다.

   비내리는 풍경까지 같이 공유하고 싶은 나의마음이다.

   아니면 일하는 여인에게 여기 비내리는데 빗소리 한번 들어보라고 핸드폰으로

   빗소리를 들여주면서 이런날이면 당신이 더욱 더 보고 싶다는 사랑의밀어를 속삭이는

   그런 분위기 있는 애정이 넘치는 싹싹한 남자가 되고 싶지만 그런 낭만을 같이할 수 없는

   지금의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언제인가는 그때가 10년이 될지라도 나도 당신처럼

   비내리는 풍경을 좋아합니다라고 ㅊ말해주는 사람이 보였으면...

 

   비내리는날 어깨에 비를 맞을지라도 마음이 맞은 사람하고 같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런 느낌이란,

   비를 피하여 들어 온 우산속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팔짱을 끼지만 그런 느낌을 당하는

   남자는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혹시 이 여인이 나를 좋아하는것일까? 사실 그건 남자와 여자의 행동과 생각차이에서

   오는 느낌일뿐이다.

   작은 우산 아래서 곁에 누가 옆에 같이 있을때의 느낌,

   그건 아마도 생일날 축하해주면서 먹여주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 케이크처럼

   그런 느낌이 아닐까.

 

  비는 때로는 잊어버린 추억을 흘러가버린 필림을 복원하듯이 현실속으로 나오게 한다.

  어떤 이는 비오는날 어느집의 담벼락 아래서 격정의 키스를 몰래하는 커플이 있는가하면

  또 어떤 이들은 어느 간이 기차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한참후에 들어오는

  기차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내렸을때 반가운 마음에 우산을 떨어트리면서 안아주고 싶고

  그리고 비는 애정영화에서 보듯이 비 때문에 젖어버린 옷을 입고있는 여인을 보고 있으면

  꿈틀거리는 욕망이 고개를 드는 것처럼,

  비는 사람의 마음을 마치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그네처럼 높이 올렸다가 내리기도하는

  아주 나쁜 그래도 안아주고 싶은 이쁜 아이처럼 이쁘다.

 

 

  학창시절 시골에서 어느날 건너마을에서 산다는 집안의 사촌 누이와 만났다.

  나보다 3살 많았던 그 누이를 시골 길에서 만나서 농협창고뒤에 있는 텃밭으로 갔다.

  차량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그곳,

  언제 만들어놓았는지 그 텃밭에는 배추며 상추,오이,고추등이 맛있게 주렁주렁 달려있다.

  같이 잠깐 일하다보니 갑자기 비가 내리고 혹시나 그 누이 옷이 비에 녹아들면 안되니까

  시골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이지만 뛰어가서는 우산을 가지고 또 뛰어가는데

  그 시간이 마치 하루가 지나간것 같은 느낌에 창고뒤로 들어가보니 창고처마 밑에서

  비를 맞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같이 우산을 쓰고 시골길을 걸어가는데 옆에 비록 집안의 사촌누이가 옆에 있지만

  그 순간만은 여자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

  팔짱낀 느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그 시간이 영영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남자의 마음이랄까.

 

 

  학창시절 생각하기를 나중에 청년으로 성장했을때 사랑하는 여인이 생기면 내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시골을 한번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데리고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건너마을 아는 친척집에서 맛있는 비지찌개를 먹고 어두운 밤에 시골집으로 걸어올때

  밤 하늘에서는 무서울만킄이나 마치 걸어가는 나를 쫓아오는 것처럼,

  별들이 총총 빛나고  바람과 비만 겨우 피할 수 있는 벽돌로 만들어진 간이 정류장를

  홀로 비추는 가로등 하나만이 주위를 비추는것을 보면서 이 또한 운치가 있겠다 싶은 마음에

  별들이 드리우진 어두운 그들이 지켜보는 밤에 사랑하는 사람과 열정적으로 키스하면

  한없이 좋겠다는 상상했지만 세월만 축내고 말았다.

 

 

 

  20년이 흘러가고 그 사이에 틈틈히 시골집에 갔지만 변해버린 도로에다 낯선 풍경,

  도로변에 있었던 시골집에 소를 키우고 있었지만 흔적도 없다.

  도로 양쪽을 지켰던 하늘을 향하여 높이 솟아올라있었던 포플러나무들이 사라지고

  마치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진 도화지에서 다들 밖으로 빠져나간 느낌이다.

  어린시절 집안의 사촌누이와 걸어가던 그 길이 비내리는날 다시 우산을 쓰고 걸어가본다.

  옛날은 남았지만 사람은 없다. 열정적인 사랑을하는 꿈을 꾸다가 일어난 느낌이랄까

  20~30년전 밤 하늘을 비추었던 오른쪽에는 은하수의 무리까지 보았건만

  밤 하늘을 아름답게 비추던 별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이 되었지만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간이버스정류장을 비추고 있었던 가로등도 깨어졌는지 불빛도 사라진것을 보고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가로등 불빛을 벗어난 별들이 많이있는 밤 하늘 아래서 키스하고 싶어도

  그날의 풍경이 사라지고 없는 지금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초대도 못할것 같다.

  비 내리는 소리가 점점 세차게 들리고 이런 분위기라면 편지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지만

  보내고 싶어도 날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