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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70

일박이일.


BY lala47 2014-10-22

주말마다 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를 찾아오니 며늘애의 얼굴을 본적이

오래 되었고 이제 전화도 오지 않았다.

이렇게 멀어져 가는 것인가 보다.

잘 살아가겠지.

워낙 똘똘한 아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걱정스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오랜만에 며늘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저희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야 하는데 아이들을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오케이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길을 운전해서 아이들 집에 도착하니 현관으로 달려나온 아이들이 나를

반기며 매달린다.

“할머니이...”

바로 하루 전에 우리 집에 다녀갔건만 아이들은 할머니를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반가워한다.

허긴 아이들 집을 찾아온 것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 방으로 나를 끌고 가서 새롭게 변한 자기들 방을 보여준다.

“할머니 이거 못 봤지요?”

“이거 봐요. 할머니가 사준 머리방울 했어요.”

 

가지고 간 동그랑땡이랑 곰국으로 밥을 먹이고 삶아간 밤을 까서 먹이니

아이들은 잘도 받아먹는다.

“책을 세권씩만 읽어 줄테니까 각자 자기 책을 골라서 와. 그대신 치카치카를 하고 와야 해.”

치카치카를 먼저 한 윤하가 책을 세권 가지고 침대로 왔다.

윤하의 책은 간단해서 쉽게 읽어나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을 들여다보며 듣는 윤하가 너무나 예뻐서 가끔 뽀뽀도 해주었다.

 

이번엔 윤지 차례다.

윤지가 가지고 온 책들은 제법 두껍다.

일단 물을 한잔 마시고 읽어야겠다.

우리가 왜 물을 아껴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고 강물에서 수도를 끌어내는 길도

그려져 있었다.

일곱 살이니까 그런 것도 이해 하는 모양이다.

또 하나의 책은 곤충과 비곤충의 다른 점이 있었다.

윤하도 제법 아는 체를 한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야.”

윤하가 하는 말이다.

“넌 좀 조용히 해. 이건 언니 책이잖아.”

윤지가 핀잔을 준다.

“나도 말 좀 하자. 말 좀 해.”윤하도 지지 않는다.

무안을 준 언니 등을 슬쩍 한번 때린다.

“윤하야 누가 언니를 때려. 못써.”주의를 준다.

또 한 책은 원숭이는 왜 바나나를 좋아하는가하는 제목이었다.

 

옆에서 언니의 책을 함께 들여다 보고 있던 윤하가 또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나도 원숭이 봤어.”

“조용히 해. 너땜에 들을 수가 없잖아."

윤지는 연상 윤하의 수다를 막는다.

“말 좀 하자구.”

윤하땜에 웃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 나 바나나 먹고 싶어.”

윤하는 그림책에 나오는 바나나가 먹고 싶단다.

“할머니도 바나나 먹고 싶지? 언니도 바나나 먹고 싶지?”

“너 좀 조용히 해.”

바나나를 찾아오겠다고 부엌으로 나간 윤하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에

우리는 책을 한권 다 읽었다.

 

윤하가 너무 조용해서 나가보니 윤하는 세면대에서 발판을 놓고 올라가 비누로 손을 씻고 있었다.

팔까지 온통 비누 거품이었다.

달려온 윤지가 소리를 지른다,

“그거 아빠가 내 비누로 사준건데 너 그렇게 물에 담궈버리면 어떻해. 난 몰라. 윤하 미워!”

윤지가 발을 동동 구른다,.

아빠가 사주었다는 윤지의 비누는 보라색으로 특별해보였다.

화가 난 윤지가 윤하를 쏘아본다.

“윤하야. 언니한테 잘못했다고 말해.”

내가 윤하에게 말하니 윤하는 윤지 앞으로 가서 두손을 모으고 사과를 한다.

사과를 하는 폼이 많이 해본 솜씨다.

“언니 잘 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용서해줘.”

“몰라. 미워.”

“미안해. 언니 잘 못했어.”

윤하는 계속 빌었지만 윤지는 윤하를 쏘아보고 있다.

“윤지야 이제 눈에 힘 풀어.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잖아.”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양팔에 아이들을 안고 셋이 누웠다.

오른팔을 베고 누운 윤지와 왼팔에 누운 윤하는 눈을 감고 내 자장가를 듣는다.

“할머니 내가 잠에서 깨면 가고 없을거야?”

“아마 그럴거야.”

“하루만 더 자고 가면 안돼?”

“안되는데.”

“그럼 내일 저녁에 가면 안돼?”

“할머니가 내일 일이 있어.”

윤지가 내 품으로 더 다가온다.

아쉬워하는 윤지를 꼭 안아주었다.

눈을 깜빡이던 아이들이 점점 잠속으로 빠지고 있다.

잠든 아이들은 천사다.

우리 윤지 윤하 잠 자는데 꼬꼬닭도 울지 말고 멍멍개도 짓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