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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아파트 풍경.


BY lala47 2014-10-22

임대 아파트라면 무주택자를 위해서 한국 토지 주택공사에서 지은

저 소득자를 위한 아파트다.

무주택자의 대열과 저소득자의 대열에 줄을 서면서 처음엔 자존심이

상하는 면도 없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추가해서 독거노인이라는 명칭도 따라 붙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한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임대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환경이 열악할 것이라는 선입관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이사를 해보니 어느 아파트보다 깨끗하고 전망도 좋고 아파트 정원도 훌륭한 데에 놀랐다.

아침에 창을 열면 들어오는 맑은 공기가 마치 설악산 콘도에 와 있는 것 같다.

임대 아파트가 이렇게 훌륭하다면 누가 비싼 돈을 내고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애를 쓰겠는가.

작은 산을 중심으로 휴먼시아 아파트 여러 단지가 둘러서 있다.

 

여름에 화려하던 연꽃 호수도 이젠 푸른 연잎만 떠 있다.

호수 가를 돌아서 수목원으로 발길을 옮기며 내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도 다 하느님이 준비하신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하느님이 내게 집을 주신 데에는 내가 복을 받을만해서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더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숙제를 주신다면 겸손하게 받으리라.

잘난 것도 없는 인간일진대 무엇을 거부 하겠는가.

 

복지관 식당에서 봉사하시는 할머니 한분이 내가 사는 칠단지로 이사를 오셨다.

할머니는 내게 깍듯하게 선생님이라고 부르신다.

내가 무엇을 가르쳤다고 선생님일까.

복지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난한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데 할머니는 반찬을 

만드는 일을 한다.

어제도 할머니는 내게 도라지 무침과 겉절이와 오이지를 갖다주시고 짠지와 누룽지를 주셨다.

밤에 누룽지를 튀겨서 설탕을 솔솔 뿌려 먹었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고민하지 말고 식성부터 고쳐야겠지만 일단은 누릉지는 먹어야겠다.

맛있다.

 

오늘은 냉동실에 있는 생선을 몇 개 할머니에게 갖다드렸다.

할머니는 장애를 가진 아들 뒷바라지도 하고 있다.

사십대 후반 나이에 중풍에 걸려 몸을 못쓰게 된 아들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자살을 기도했던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본다.

사람 사는 모양이 참 천태만상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

부자가 할 수 없는 일을 가난한 사람들은 할 수 있다.

상부상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살자.

하루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내가 처한 모든 일은 내 탓이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니 누구도 원망하지 말기로 한다.

어제까지 내리던 가을비가 물러가니 푸른 하늘이 살짝 빛을 보인다.

오늘처럼 내일도 같은 날이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