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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쓰는 편지(6)


BY 편지 2014-10-20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손님이 왔다.

자신의 존재를 자신 있게 밝히는 손님은 가을비였다.

이 비 그치면 이 비는 물감 섞인 비라서 나뭇잎이 색동저고리 입은 것 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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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

자신이 약속을 잡으면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스스로 우녀라고 하는 여자.

저번 주에 제주도에 갔는데, 몇 주 동안 그렇게 화창하더니

삼일 중에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비가 내렸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로 처음 수학여행을 갔을 때도 비가 내려 제주도 구경도 못하고

여관방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반갑지 않은 비만 구경하다 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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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나이 29살인 여자는 몇 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그 남자친구 집이 제주도라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렇다고 조만간에 결혼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만나다 보니 몇 년을 만나게 되었고 몇 년을 만나다 보니 결혼을 하게 되면

이 사람하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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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아명은 이슬비였다.

호적에 이 이름을 올리려고 했더니

좀 슬퍼 보이지 않냐?” 주변에서 말려서 호적엔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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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키가 작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키 순서로 다섯 번째를 넘어 본 적이 없다.

책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침대엔 책과 색연필, 필구 도구가 엉켜서

슬비가 자면 같이 자고, 슬비가 일어나면 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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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좋아해 까치집 짓을 걸 보느라고 지각을 했고,

엄마 잃은 고양이를 책임질 나이도 못되면서 끌어안고 들어왔다.

꽃을 좋아해 들꽃다발을 만들어 주변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매년 동생과 부모님에게 생일 편지를 쓰더니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데도

아직도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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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직장생활은 성실하게 하면서도 자기 방 치우기는 성실하지 않다.

책상이 옷장이고, 침대가 책장이 되어있다.

좀 치우라고 하면 예술을 하는 사람은 원래 지저분한거야.” 한다.

예술 따위 개나 물어가라지.” 진짜 예술 쟁이었다면 집이 쓰레기통이 되었겠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니까 예술 근처쯤에서 어슬렁거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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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불안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라는 분이 안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고, 밖에서 흥청망청 즐겁게 놀다보니

슬비를 책임지지 못하고 말았다.

슬비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 했고,

책임도 못질 결혼은 안해야 하고, 책임못질 아이라면 낳지 말아야한다고 누누이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결혼할 뜻이 없다고 하더니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 하루방하고 할 것이고,

(제주도 남자라고 삼촌이 하루방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이년 뒤에도 서로 변하지 않고 만나게 되면

그때 다시 결혼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더니

비를 몰고 제주도 부모님을 만나러 간 걸보니 앞뒤가 서로 안 맞긴 한데,

그럼, 슬비 네가 결혼 안하겠다면 하루방은 뭐야?

바다만 바라보다 돌로 변한 진짜 하루방 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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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살아온 날들이 녹순 철사 줄 같았다.

결혼이란 것도, 자식이 태어나는 것도, 이별이라는 것도,

계획 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빗물 같은 것.

녹슨 철사 줄에 비가 올 때가 많았지만

절망이라는 끄트머리에서 다시 삶을 일구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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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떠들고 슬비 너에게 어울릴 시 한편 올리고 입 다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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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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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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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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