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는 지방도시에 살고
딸은 서울 관악구 행운동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빼곡이
들어찬 언덕배기 동네 옥탑방에 홀로 살고 있었다.
우린 잊어버릴만 하면 만나는 사이다.
에미로서 가끔 밑반찬이랄지 쌀 등을
올려보내주긴 하지만
딸애는 그 모든것에 대해
고마워 하거나 기뻐해 하지 않는 오묘함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하지만 에미니까
어쩌겠는가.
이번에 올라갔을 때
원룸에 풀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던
블루칼라의 바보스런 냉장고를 버리고
사십만원을 주고 새로 사서 넣어 주었다.
왜냐하면 이거는 뭐
그토록 정성들여 담아 보낸 김치맛이
냉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태처럼 쓴 맛이 되어 버려서
돼지앞다리살을 숭덩숭덩 썰어 넣어
김치찌개를 해도 당췌 혀에 엉기지를 않을 뿐만 아니라
따서 미처 먹지 못하고 넣어둔 참치캔 이랄지
야채등이 썩거나 시들어
저장고가 아니라 세균배양실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